
학창 시절 땐 1년 중 2월이 가장 지루했다. 특히 새 학기를 앞두고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 마지막 주는 유독 더디게 흘렀다. 등교 첫날 누구 옆에 앉고, 누구와 급식을 먹을지를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세 번째 코로나19의 봄을 맞이한 지금, 2월의 지루함이 사무치게 그립다. 이번 달 들어 새 학기 학사 운영 관련 새로운 지침이 발표되며, 교육청과 학교 현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새 학기 학사 운영 방안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 것인지 우려가 앞선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새 학기 방역·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각 학교가 지역 감염 상황을 고려해 세부 방역 지침을 세울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학교가 정상수업을 할지, 일부나 전격 원격수업을 할지를 자체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학생이나 교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학교가 접촉자를 조사하고 분류해서 대응한다.
이어 교육부는 16일 학생과 교직원이 선제 검사를 한 뒤 학교에 올 수 있도록 자가검사키트 6천50만 개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내달 둘째 주부터 학생은 일주일에 2회, 교직원은 1회씩 등교 전날 키트를 통해 검사를 하게 된다.
한마디로 학교와 지역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역별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이 다르고, 학교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방역 업무를 일선 학교가 떠맡게 된 것은 우려스럽다.
우선, 학교 내 보건 인력의 업무량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교육청은 비상 상황에 대비한 가이드라인 계획을 각 학교에 보냈다. 이에 따르면 보건교사는 학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간사로서 학교 핵심 업무를 선정하고 비상 대책 업무를 총괄한다.
게다가 비상대책팀에 소속돼 비상대책위의 지시 사항 등을 학교 내외로 알리고, 방역관리팀 일원으로서 교내 확진자와 유증상자, 교내 접촉자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시교육청은 36개 학급 이상인 학교 71곳에 1명씩 보건교사를 추가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학사관리팀의 업무도 만만찮다. 학교별 특성과 감염 상황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원격수업 전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감염병 비전문가인 교원에겐 큰 부담일뿐더러,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시 이에 대한 책임 추궁과 비난도 받을 수 있다.
자가진단키트의 확보와 분배 등 시도교육청 업무 부담도 클 것이다. 3월 첫째 주 학생들이 사용할 약 31만 개의 키트가 늦어도 이번 주까지 시교육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를 다시 학교별 배정된 물량만큼 소포장해서 각 학교로 보내야 한다. 3월 둘째 주부터는 학생 1인당 지급되는 키트가 1개씩 더 늘어나고, 교직원 몫까지 추가돼 물량은 더 늘 것이다.
이 같은 업무 부담에 학교 현장과 교육청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 자체 방역의 성공을 위해선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더 경청하고 향후 지침에 반영해야 한다. 앞서 교육부가 다소 늦게 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했고, 일부 지침을 변경한 것은 아쉽다.
코로나19는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에 장기전으로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과 학습권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교육부와 현장이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학사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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