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자책골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에러로 실점하는 사례는 흔하다. '승부 조작'처럼 고의로 실점하는 경우도 있지만 축구나 야구 등 대부분의 경기에서 자책점은 예기치 않은 실수에서 나온다. 자책골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제 국제 여자축구 대표팀 간 경기에서 '자책골 해트트릭'이 나와 큰 화제가 됐다. 뉴질랜드와 미국 대표팀이 맞붙은 쉬빌리브스컵(She Believes Cup) 경기에서 뉴질랜드 수비수가 세 차례나 자책골을 기록한 것이다. 단일 A매치 경기에서 한 선수가 자책골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된 것은 유례가 없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세 번째 자책골이 들어가자 해당 선수는 곧바로 교체됐다. 자책골은 팀 사기에 큰 영향을 주는 불행한 일이지만 당락이 바로 갈리는 선거전에서 치명적인 말실수 등 결과에 악영향을 주는 '자책골' 사례는 훨씬 심각하다. 박빙의 선거전에서 돌이키기 힘든 실수나 불미스러운 사건은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비하 발언은 지금도 입에 오르내리는 자책골이다. "어르신들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다"는 문제의 발언으로 노인 유권자의 공분을 샀는데 세대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여당을 궁지로 내몬 실수였다. 또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 자제' 발언도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사례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의 말실수는 예외가 아니다.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다분히 의도된 도발성 발언 하나에 선거판이 출렁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이런저런 말실수는 '역대급 후보'라는 오명마저 불렀다. 여기에 캠프 인사들 말실수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 김은혜 의원은 "(추경 논의가 진행 중인데) 왜 오늘이 아니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국회 예결위 발언으로 소상공인들로부터 거센 역풍을 불렀다. 국민의당 유세차 사고와 관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고인 모독 발언으로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대선 투표일이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사소한 말실수는 득표에 독이 되고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 접전일수록 헛발질을 줄여야 이길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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