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면 탈을 쓴 광대 부부가 밥을 얻어먹으러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러다 그만 아내가 녹기 시작한 얼음을 밟아 탈을 쓴 채 강물에 빠지고 말았다. 아내는 물에 빠져 버둥대고 남편 또한 탈은 벗을 생각도 못 하고 얼음 위에서 울며 발만 굴렀다. 멀리서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광대 부부가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놀이를 벌이는 줄로 알고 박수를 치며 웃었다.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나오는 탈을 쓴 광대 부부의 이야기다.
물에 빠져 버둥대는 아내의 절박함과 얼음 위에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남편의 애달픔이 오죽했을까. 그럼에도 절체절명에서의 그 몸짓이 익살의 몸짓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은 그 부부가 쓰고 있던 '탈'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진실 사이에서 일어나는 왜곡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흔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소셜네트워크에서 펼쳐지는 우리 현대인들의 일상은 더욱 그렇다. 나 또한 매일매일 그 광대 부부처럼 가면을 쓰고 산다. SNS 상에 올리는 평범한 일상의 장면은 초라해 보이지 않도록 적당히 소박하고 운치 있게 예쁜 색감을 씌워주는 필터 앱을 사용하고, 비루하고 찌질한 나의 이야기는 두루뭉술하게 포장해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 그럴듯한 가면을 씌워 내놓는다. 그렇게 손질하고 매만져진 '나'의 이야기는 내 것이기도 하고 또한 내 것이 아니기도 하다.
SNS 세상 속 타인들은 하나같이 잘 산다. 그들은 잘 먹고, 잘 입고, 잘 나간다.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삶을 즐기며 마음의 여유를 잃는 일 따위는 없다. 심지어 나약함을 하소연 하는 데에도 슬쩍, 자부심이 묻어난다. 그런 SNS 세상이니 타인과 소통하면 할수록 외롭고 우울해지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다른 사람의 마냥 좋아 보이는 세상을 보며 저도 모르게 질투와 자괴감에 젖고, 자신의 세상을 내보일 때도 100퍼센트 나라고 할 수 없는 모습으로 가공하고 있자니 어느 순간 스스로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니 외롭고 우울할 수밖에.
희화된 비극의 주인공이었던 그 광대 부부처럼 우리 또한 가면 아래 얼굴은 각자의 삶의 사연으로 일그러져 울고 있는데 한 발짝 건너의 사람들은 가면의 표정만 보고 즐거워 보인다며, 좋아 보인다며 박수를 치며 웃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데 나만 불행한 것 같고 SNS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려보지만 올릴수록 허무하다는 주변 사람의 볼멘소리에 하나같이 행복하고 한결같이 즐겁기만 한 일은 세상에 없으며 우리 모두는 '탈' 속에서 당신처럼 불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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