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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밀과노닐다' 대표 "진맥 소주가 지방소멸 극복과 지속가능 농업의 밀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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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박성호 '밀과노닐다' 대표가 진맥 소주가 나오는 양조장 간판 옆에서 진맥 소주를 보여주고 있다. 이화섭 기자 lhsskf@imaeil.com

최근 안동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한 술이 조용히 인기를 얻고 있다. 유기농 우리밀로 만든 이 술을 두고 한 잡지에서는 "소주 한 모금으로 '신의 물방울'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술"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미 전통주 바람이 불고 있는 서울 번화가에는 이 술의 평가가 높다. 이 술의 이름은 '진맥 소주'이고, 이 술을 만든 사람은 박성호 '밀과노닐다' 대표다. 박 대표는 진맥 소주를 자신이 직접 기른 우리밀을 이용해 만들어낸다.

박 대표는 사실 젊은 시절까지 농사와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았다. 2007년 안동에 정착하기 전까지만해도 박 대표의 직함은 한 IT 벤처기업의 대표였다. 잘 운영되던 IT 업체를 접고 갑자기 농사를 짓겠다고 내려온 건 단순히 말하면 '일이 나를 갉아먹는 것 같아서'였단다.

"독일 유학을 갔다와서 회사를 차렸죠. 처음에는 일이 재미있었는데 회사가 커지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많았었죠. 게다가 경쟁이 격화되는 IT 업계다보니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 등이 저를 갉아먹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인생의 변화도 모색하고 자녀들에게 자연도 보여줄 겸 해서 귀농을 결심했어요."

박 대표가 귀농을 결심한 안동의 맹개마을은 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오지다. 이 땅을 만난 것도 박 대표는 '운명'이라고 했다. 귀농을 위해 농사지을 작물을 알아보던 중 밀과 메밀이 품이 덜 들고 농사짓기 쉬운데다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지어보자는 박 대표의 다짐과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약 10만㎡ 땅에 밀과 메밀을 심었다.

하지만 밀과 메밀은 생각보다 돈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밀을 이용해 우리밀 밀가루로 만든 빵, 누룩, 맥주 재료 등으로 계속 부가 상품을 만들어봤다. 우연히 맹개마을의 메밀밭이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내친김에 농촌 숙박 프로그램도 운영하게 됐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바로 '소주'였다.

"제가 원래 술을 좋아해요. 안동소주가 워낙 유명하니까 '밀로 소주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 집에서 만들어 마셔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게 지금의 진맥 소주예요."

진맥 소주는 숙박 프로그램 대상자들과 지인들로부터 너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 대표는 내친김에 2018년 정식 술 제조 관련 면허를 취득한 후 2019년 처음으로 '진맥 소주'를 내놓았다. '진맥 소주'라고 이름지은 것도 우리나라 옛 음식조리서인 '수운잡방'에 실린 소주 이름을 본따 붙였다. 잊혀져가는 옛 이름을 살려보자는 의미에서다.

진맥 소주가 나오기까지 박 대표는 안동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밀 농사의 처음부터 술 제조를 위해 원료와 장비를 들이는 부분까지 안동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항상 그 분들께 고마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진맥 소주가 술로써 이름을 알리는 것을 넘어 지속가능한 농촌과 친환경적 농업의 한 모델로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

"팜 투 글라스(farm to glass)라는 개념으로 술을 만들기 때문에 소주도 일단 밀 농사가 잘 돼야 만들어질 수 있어요. 제가 만든 진맥 소주가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농업의 한 모델이 돼서 안동의 역사만큼 오래갔으면 하는 게 제 목표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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