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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퐁퐁 기운이 샘솟는 봄나물 이야기

봄나물,쑥,달래,냉이
봄나물,쑥,달래,냉이

봄은 그 단어가 주는 이미지만으로도 묘한 기대감과 설렘이 생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화사한 연둣빛으로 변신할 봄 상차림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영어 'spring'은 사전적 의미에 생기, 활기, 확 튀어 오르다와 같은 능동적인 기운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동면상태의 생명체들이 땅 위로 소생하는 봄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봄은 우리의 신체도 겨울보다 활동량이 늘어나는 시기이므로 생기를 충전하기 위해서 충분한 영양소의 공급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에너지 대사율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비타민의 양은 겨울보다 3~10배 정도 증가한다. 따라서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충분한 공급을 위한 음식류 섭취는 중요하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봄나물은 몸의 활기를 되찾기 위한 식자재로 안성맞춤이다. 봄나물의 종류는 냉이, 달래, 씀바귀, 두릅, 쑥, 미나리, 돌나물, 봄동, 취나물, 부추, 머위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 부족할 만큼 다양하다. 제철 식자재가 그러하듯 봄나물이라고 모두 똑같은 맛과 향, 영양성분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각 저마다의 개성과 독특함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봄나물 냉이
봄나물 냉이

이른 봄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나물은 냉이다. 냉이의 독특한 맛과 향은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할 것 같은 특사 같다. 그만큼 독보적이다. 잎부터 뿌리까지 모두 먹을 수 있는 냉이는 비타민 B1과 C가 풍부하고 채소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다. 칼슘, 철분, 망간 등의 무기질 또한 풍부하므로 몸이 허약하거나 생리불순인 여성들에게 권장할만하다.

냉이는 뿌리가 가늘고 향이 진한 것을 골라 흙을 털어낸 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서 여러 가지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모시조개를 넣은 된장국에 넣으면 조개의 감칠맛과 냉이의 향긋함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냉이와 당근, 표고버섯을 함께 넣은 냉이 밥을 한 상에 차려 낸다면 임금님 상이 부럽지 않다.

여기에 빠트리면 은근히 서운할 만한 봄나물이 있는데 바로 달래다. 달래 특유의 알싸한 매운맛은 입맛을 돋우는데 한 몫한다. 달래에는 비타민 A, B1, C 등이 골고루 들어있고 칼슘과 칼륨도 풍부하다. 칼륨 성분은 소금으로 인해 체내 축적된 나트륨을 원활히 배출해주는 역할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절임류가 많은 겨울철 밥상에 필히 올리는 게 좋다.

달래는 주로 생채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비타민C의 손실을 줄이는데 알맞은 조리법이다. 달래를 생으로 먹기 위해서는 깨끗이 다듬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본래 줄기가 가늘고 길쭉해 달래 사이사이엔 잡풀이 섞일 염려가 있다. 따라서 잡풀을 일일이 골라내 다듬고 흐르는 물에 한뿌리씩 흔들어 씻어 흙을 말끔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봄나물 쑥
봄나물 쑥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쑥을 캐러 다니던 봄날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햇살 좋은 날 반나절 정도 논두렁 밭두렁을 누비고 다니며 쑥을 캐다 보면 소쿠리엔 어느새 쑥이 한가득 담겨있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느끼는 뿌듯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봄의 전령사 쑥은 비타민 A의 보고이자 비타민C도 풍부해서 봄철 감기 예방과 면역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나물로서 쑥을 빼놓고 봄을 즐겼다고 하기엔 분명히 부족함이 있다.

이른 봄에 캔 연한 쑥은 메밀가루에 소금과 물을 넣고 차지게 반죽한 후 노릇노릇하게 쑥전을 부쳐 먹으면 좋다. 또 곱게 빻은 멥쌀가루에 가볍게 버무려 김 오른 찜솥에 얹어 쑥버무리를 해서 먹으면 봄이 입안으로 쑥하고 들어오는 것만 같아서 절로 웃음이 난다. 생쑥은 살짝 데쳐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된장국이나 쑥국을 끓여 먹는 것도 오랫동안 봄을 즐길 수있는 방법이다.

봄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깊은 산속의 옹달샘이 늘 맑을 수 있는 이유는 새로운 물이 끊임없이 퐁퐁 솟아나는 순환 덕분이라고 한다.자연의 순환에 내 몸의 균형이 잘 맞도록 퐁퐁 기운이 샘솟는 봄나물을 많이 즐겨보자.

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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