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어쩌다 사장'이 시즌2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나주시 공산면의 할인마트로, 시즌1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그래서 정신없이 마트에 적응하는 차태현과 조인성의 멘붕을 보여주지만, 의외로 힐링도 적지 않다. 무엇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는 걸까.
◆시골마을·할인마트 적응기…그 멘붕의 현장
전라남도 나주시 공산면. 내비게이션에 찍힌 주소대로 달려가던 차가 한 할인마트 앞에 멈춰 선다. 차 안에서는 그 할인마트의 규모 앞에 놀란 차태현과 조인성이 연실 "아닐 거야"라고 맞닥뜨린 현실을 부정한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듯 내비게이션이 말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셨습니다."
시즌1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큰 마트다. 마트 창에 붙여진 '생고기 전문'이라는 문구에서 정육점도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서고, 바깥에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들에 기죽는다. 밖에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는 배달도 해야 되는가 하는 불안감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이 마트는 문구, 완구는 물론이고 식료품, 공산품, 의류에 정육점까지 완비(?)된 할인마트다. 게다가 한 편에 있는 분식을 파는 식당은 그 크기만도 시즌1의 슈퍼 크기를 방불케 한다.

이곳을 열흘 간 맡아서 운영해야 하는 차태현과 조인성은 헛웃음만 날린다. 알바생 한두 명 갖고는 어림도 없는 상황이라, 몇 명을 부르면서도 그들은 규모를 속인다. tvN '어쩌다 사장2'는 일단 규모를 키운 것으로 그 앞에서 멘붕에 빠지는 출연자들의 모습으로 예능적인 웃음의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음 날 이들에게 속아 아르바이트를 온 임주환, 이광수, 김우빈이 보여주는 멘붕으로 또 한 차례 웃음을 만든다.
오랜만에 TV 출연인 김우빈은 스스로도 말했듯 잔뜩 꾸미고 왔다. 그런데 오자마자 앞치마부터 챙겨주며 당장 일을 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투덜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들의 적응기는 멘붕의 연속이다. 전화로 주문하는 손님들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 배달할 주소지도 없이 거기로 나서기도 하고, 아예 경험이 없는 정육점에서 손님들이 요구하는 고기를 냉장고에서 찾아내지도 못해 땀을 삐질삐질 흘린다. 그나마 포스기가 있어서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가격이 매겨지긴 하지만, 모든 물품에 바코드가 있는 게 아니라 그런 물품들은 따로 종이에 적혀진 가격을 찾아야 한다.
게다가 어디 가서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아는 유명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에, 이름조차 잘 모르는 굴욕 상황도 생겨난다. 연예인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차태현은 마스크를 쓴 이 세 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을 BTS 같은 아이돌이라며 BBS라고 소개한다. 유명한 배우로 대접받던(?) 그들이 시골마을의 할인마트에 와서 멘붕에 빠지고, 심지어 못 알아보는 상황이 주는 웃음들. 그것이 '어쩌다 사장2'가 보여주는 첫 번째 재미지만, 그것이 이 예능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의 모든 것은 아니다. 진짜 재미는 이들의 적응기에 드디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생겨나는 활기
유호진 PD는 그가 만들었던 '1박2일'이나 '서울촌놈'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여준 것처럼, 도시와 시골 같은 이질적인 두 정서가 뒤섞이는 그런 과정을 잘 포착하는 연출자다. '어쩌다 사장2'는 그래서 차태현, 조인성 같은 배우들이 가진 도회적인 이미지와 시골 작은 마을의 할인마트가 가진 소박한 이미지가 어우러진다. 마치 서로 다른 색을 섞어 어떤 색깔이 나오는가를 보는 것 같은 '실험'의 관찰이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를 만드는 건 그래서다. 시골로 온 배우들은 멘붕에 빠지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이 조인성이 끓여주는 라면과 우동을 먹고 차태현이 계산해주는 물건을 사는 경험은 신기하고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건 값을 계산하던 한 주민이 조인성을 넋 놓고 바라보는 광경이나, 이광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찐 반응을 보이는 팬의 모습은 이들이 이 공간에 오기 전까지는 결코 일어날 수 없었던 일들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이 한적한 시골마을에 생기와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들을 보기 위해 할인마트를 찾는 주민들로 엄청난 '개업빨' 영업이 이뤄지고, 그럴수록 멘붕에 빠지는 출연자들은 차츰 이 상황에 적응해간다. 그러면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러 나온 손님들이 춥지 않게 하기 위해 문을 열어두는 마트 길 건너편 병원이 사실상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되고, 오후에 몰려드는 초등학생들을 통해 인근에 학교가 있고 그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들이 무엇인가도 알게 된다. 또 생고기(육회)를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사실에 나주 공산면이 소고기로도 유명하다는 걸 몸소 느낀다. 물건과 음식만 파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이 작은 마을을 다시 보게 만드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이어진다.
시즌1이 그러했듯이 처음에는 마트에 적응하느라 주변은 쳐다볼 여유도 없지만, 차츰 적응한 이들은 마을 주변을 둘러보며 그곳이 아담하고 소박해도 얼마나 괜찮은 곳인가를 발견해갈 것이다. 마트에서의 인연이 그저 장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마을을 사는 주민들 간의 관계로 이어지는 지역의 독특한 특성이 이들의 경험을 통해 보여진다. 아마도 이전에는 그저 별 감흥 없이 지나던 그 지역은 이제 방송 후 한번쯤 찾아가고픈 그런 곳으로 비치지 않을까.

◆지역소멸‧코로나19 시대에 '어쩌다 사장2'의 가치
사실 시골은 예능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1박2일' 시절부터 나영석 사단이 만들어온 '삼시세끼', '윤스테이' 같은 여행 예능프로그램의 주 무대였기 때문이다. 시골은 그래서 떠남을 통해 얻는 잠시간의 힐링을 주는 공간이면서, 시끌벅적한 여행의 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고, 나아가 야생이 살아있는 생존(?) 공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국의 지역들은 이른바 '소멸의 위기감'에 빠져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지역의 정취가 도시인들에게 주는 로망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여행으로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것과 그 곳에서 사는 건 다른 문제다. 그래서 지역 여행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각광을 받지만, 그렇다고 지역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건 아니다.
'어쩌다 사장2' 역시 이 한계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그저 여행을 소재로 하는 게 아니라, 그곳에 머물며 그곳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과정을 포착해내고 있다는 건 남다른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지역에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그래서 도시와는 다른 어떤 삶이 있는가가 할인마트라는 거점을 통해 자연스럽게 비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접촉의 기회가 많이 사라진 현실 속에서 '어쩌다 사장2'가 보여주는 할인마트 풍경은 그 자체로 대면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건드린다. 그저 물건 하나 팔고 끝나는 도시의 마트와는 달리,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음식을 건네며 사는 이야기를 하는 광경이 그렇다. 특별할 것 없는 마트의 일상적 풍경이지만, 이상하게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바로 그 대면이 주는 남다른 감흥 때문이 아닐까.
물론 어떻게 또 변할지 예측이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이지만, 오미크론 이후 '대면하는 사회'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어쩌다 사장2'는 미리 마중 나온 미래의 풍경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런 정서적 지점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예능적 재미보다 훨씬 더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이 프로그램만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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