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미로운 조사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8개국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자 8천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1.8%가 K-콘텐츠가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이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BTS, 오징어게임 등을 위시한 K-콘텐츠가 성공하면서 덩달아 높아진 국가 이미지가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셈이다. 우리가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면서 'Made in USA'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하듯이. 이처럼 문화의 힘은 그 나라, 그 도시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온라인으로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현시대에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필자는 대구의 경쟁력도 문화에서 나온다고 굳게 믿는다. 대기업 유치 등을 통해 도시의 산업 생산력을 높이는 전략은 사실상 어렵고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 최근 포스코가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려고 시도한 사태에서 보듯이 지역에 있는 기업조차도 호시탐탐 수도권으로 가려고 기회를 엿보는 상황이다. 2020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대 기업 중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91곳(2010년 82곳)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륙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자연환경에 의한 관광산업 육성도 한계가 있다.
결국 문화의 힘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이는 차기 정부 때 시행될 수 있는 대구의 대형 문화 프로젝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시가 차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큰 그림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국립창작뮤지컬 콤플렉스'와 '근대시각예술 콤플렉스' 조성이 그것이다. 대구시는 두 가지 거대한 콤플렉스 조성에 있어 최적지로 경북도청 후적지를 지목하고 있다.
국립창작뮤지컬 콤플렉스는 오래전부터 추진돼 온 뮤지컬전용극장 건립 사업을 크게 확장한 것이다. 지역을 창작뮤지컬 허브로 만들어 다른 지역의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뮤지컬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기존 뮤지컬전용극장이 수요 측면을 강조했다면 국립창작뮤지컬 콤플렉스는 창작과 제작, 공연 등 뮤지컬 전반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다.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대형 뮤지컬을 상설 공연할 수 있는 1천800석의 대극장과 600석의 중극장, 100~200석 규모의 소극장을 갖추고 뮤지컬 창·제작을 총괄 지원하는 뮤지컬창작센터를 건립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립뮤지컬진흥원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국내에 뮤지컬 관련 전문 지원기관이 없는 실정에서 이를 유치해 뮤지컬 창작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는 국립근대미술관으로 대표되는 '근대시각예술 콤플렉스'다. 대구는 평양과 함께 근대미술을 이끈 도시로 평가받는다. 이인성, 이쾌대 등 천재 화가들이 대구를 중심으로 활약하며 지역의 근대미술을 꽃피웠다. 현재도 근대미술 관련 자료나 유물이 풍부한 편이다. 그런 만큼 근대미술관 건립은 충분한 명분과 실리가 있다는 것이 대구시의 판단이다.
대구시는 지상 5층 규모의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시 공간과 함께 수장고, 복원 및 보존, 연구가 가능한 회화연구보존센터, 그리고 시민 체험 공간과 조각 공원 등 야외 공원 등을 기획하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포함된 이들 프로젝트가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고비는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에 국정 과제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대구시와 지역 문화계의 역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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