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삼척 산불] 도로변까지 번진 불…밤에도 쉬지 못하는 진화작업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열기에 야간 방화벽 구축 비상
군용 헬기 35대 추가 투입…총 82대

산불이 크게 번진 울진군 북면 덕구리의 덕구온천로에서 진화인력이 방호벽을 구축하고 야간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산불이 크게 번진 울진군 북면 덕구리의 덕구온천로에서 진화인력이 방호벽을 구축하고 야간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7일 오후 9시쯤 경북 울진군 북면 덕구리를 오르자 번쩍이는 사이렌 불빛에 눈이 어지럽다.

덕구온천 주차장에서 민가로 이어지는 도로에 대형 소방차 4대 정도가 서치라이트를 산에 비춰가며 산불 확산 낌새가 보이지 않는지 감시의 눈길을 매서웠다.

감시 인력이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도로 옆 하수구와 하천 등에서는 쉴 새 없이 연기가 피어오르고, 강한 불빛으로 비춰진 산등성이마저 뿌옇게 가려져 안개가 낀 듯했다.

낮 동안 산불에 달궈진 지표면이 밤 찬 공기를 만나 생기는 김서림과 땅 속을 타고 들어온 연기가 동네를 가득 채운 모습이다.

이날 일몰이 지나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진화헬기가 더 이상 운항을 할 수 없게 되자 소방당국은 1천여 명의 진화인력과 소방차 등 783점의 진화장비를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및 북면 덕구리에 투입했다.

산불이 번진 곳과 겨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민가들이 혹여나 야간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방화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특히, 두 곳은 각각 수령 600년의 대왕송과 국내 유일 자연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 등 울진이 자랑하는 대표적 명소가 인접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해당 지역들은 낮 동안에도 강한 바람과 연무로 공중 진화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지역은 접근이 어려워 상황 파악조차 힘든 곳도 있을 정도다.

소방당국은 우선 36번 국도 등을 중심으로 민가와 주요시설에 방호벽을 만들어 보호하고, 2개의 야간 드론팀을 운영해 밤 동안에도 산불 감시에 만전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야간 감시 중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금강송면 소광리로 불덩어리가 날아와 긴급 진화 작업을 벌여 추가 확산을 막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일출이 시작된 8일 오전 6시 47분부터 82대의 진화헬기와 4천여 명의 진화인력을 현장마다 급파해 닷새째의 진화작업을 이어갔다. 진화헬기 등은 전날까지 59대에서 국방부 헬기가 추가되며 투입 전력이 늘어났다.

울진지역의 기상상태는 전날까지 초속 2m의 서풍에서 8일 정오부터 초속 3m의 동풍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연기로 꽉 막힌 시야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불머리가 대왕송 등 금강송군락지가 있는 내륙 쪽으로 향하게 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소방당국은 이번 산불진화가 장기전이 될 것이라 대비하고 대피 후 자택으로 돌아간 민가가 많아 잔불진화를 병행하며 주민 피해 방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세력이 워낙 거세 최소 2~3일 내 주불 진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슷한 규모의 2000년 동해안 산불이 진화에 열흘 정도 걸렸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의 확산세를 막아 주민들의 생존권이 다치지 않도록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민가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