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이 된 두 아이를 둔 학부모입니다. 매년 학기 초 상담 주간이 되면 상담 신청을 해왔는데, 막상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시작하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도움이 될 만한 대화는 나누지 못한 것 같아 늘 아쉬웠고요. 우리 아이의 단점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이 괜찮은지도 늘 궁금했습니다. 학기 초 학부모 상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 아이의 단점, 먼저 말해도 낙인 찍히지 않아
학부모로서 주변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점은 먼저 이야기해야 더 쉽게 이해받을 수 있다고 하는 쪽과 굳이 아이의 단점을 이야기해서 선입견을 품게 할 필요는 없다고 하는 쪽 의견이 분분합니다. 우선 교사로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자녀의 단점을 먼저 말한다고 낙인이 찍히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오히려 자녀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지닌 협조적인 학부모라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학교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아이 교육과 관련해 솔직하게 의논하고 이를 계기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할 수 있게 합니다.
만약 아이의 단점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싶은데 부모로서 내 아이를 나쁘다고 하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 표현을 바꾸는 것도 좋습니다. 똑같은 얘기라도 "우리 ○○이는 평소에 많이 까불고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떠들거나 돌아다녀 걱정이에요"라는 표현은 부정적이지만, "선생님, ○○이는 항상 밝고 활력이 넘치며 친구들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이런 특성이 혹여나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라는 표현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 말을 통해 아이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할 것이고 이후 내 아이에게 더욱 적합한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 연계 잘 이뤄지도록
학기 초 상담에서 부모의 교육관과 가정 교육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담임 선생님이 1년간 아이를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특별히 신경 써 지도해주길 바라는 점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길 바랍니다.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의 연계가 잘 이뤄지면 가정에서만 노력했을 때 한계에 부딪혔던 부분도 크게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때때로 아이가 지닌 단점이 부모의 잘못된 교육방식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담임 교사에게 가정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도 합니다. 자식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 행동을 보이는데 부모의 교육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 있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합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 담임선생님의 교육관과 자녀의 성향에 관해 대화하기
교사와 아이 간에도 궁합이 있습니다. 선배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느 해는 아이가 매우 즐겁게 학교에 잘 적응했는데 또 다른 해에는 학교에서 자주 혼이 나 힘들어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한 예로 담임 선생님이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으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자녀가 계획적이고 단계적으로 일을 처리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성향이라면 그러한 융통성이 도리어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녀의 타고난 기질이 과하게 활발하더라도 그 에너지를 불편하게 느끼지 않고 수업의 활력소로 활용하는 선생님을 만난다면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잘할 수도 있습니다.
학기 초 자녀의 성향에 대해 미리 이야기한다면 담임 선생님과의 궁합이 서로 맞지 않아 빚어낼 수 있는 사소한 갈등과 오해를 미리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담임선생님의 교육관에 대해 알아두면 학교와 가정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성향의 어긋남도 메울 수 있을 겁니다.
◆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서의 모습이 다른 경우도 많아
상담을 통해 학교와 가정에서의 자녀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모습과 가정에서의 모습이 다른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의 다양한 모습을 알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자녀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겁니다.
때로는 아이가 가정에서 보여주는 모습 때문에 했던 걱정을 덜기도 합니다.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에 대한 걱정을 솔직하게 얘기하다 보면 학교에서는 크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대로 자녀가 가정에서는 잘하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전자는 사춘기거나 사회성이 좋은 아이들이 해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밖에서 타인에게 지나치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는 부담을 가진 아이들이 가정에서 그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푸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학교와 가정에서의 모습에 괴리가 있다면 일단 자녀와 속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눠 보길 바랍니다.
내 아이가 후자에 해당한다면 아이가 담임선생님에게 미움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는 학교에서의 모습은 향후 교우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열린 마음으로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