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 대구 율하우체국 대통령 선거 투표장. 뇌병변장애인 천종렬(47) 씨가 활동지원사와 함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 천 씨는 "내가 지지하는 대통령이 당선돼 공약으로 발표한 정책을 잘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하러 나왔다"고 했다.
비장애인에겐 1분도 안 돼 끝날 투표지만 뇌병변 장애로 스스로 투표용지에 기표가 어려운 그에겐 투표 종료까지 5분이 걸렸다. 천 씨는 선거 과정에서 여전히 장애인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표 과정에서 천 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투표사무원이 투표보조인으로 들어와 천 씨의 기표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정투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데 동의 없이 들어온 게 기분이 나빴다"며 "비장애인이 투표할 때 기표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되물었다.
장애인이 투표에 참여할 물리적 환경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의 참정권이 보장되기 위해선 승강기와 점자 유도 블록, 장애인 화장실 등 장애인편의시설이 마련돼야 한다.
다행히 천 씨가 방문한 동구의 율하우체국의 경우 장애인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나, 미설치 투표소가 동구 전체 94곳 중 10곳(10.63%)이다. 지자체별로 편차도 컸다. 중구와 서구는 모든 투표소에 장애인편의시설이 마련된 반면 북구(16.6%), 달성군(11.2%), 동구(10.6%) 순으로 미흡했다.
선거 관련 법령도 허점이 많다. 공직선거관리규칙은 이동약자의 접근 편의를 위해 1층 또는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투표소를 설치할 것을 규정한다. 하지만 단서조항으로 원활한 투표 관리를 위해 적절한 장소가 없는 곳은 예외로 두고 있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투표장 접근성 등 장애인 참정권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된 문제"라며 "투표 시간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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