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尹 대구 3차례 근무하며 각별한 인연… "상인 가스사고 직접 확인"

초임지, 좌천 인사 모두 대구에서… "측은지심·솔선수범 돋보여"
대구 근무 여전히 추억, "대구고검장 가고 싶다" 얘기도
'아저씨 패션' 민소매 차림으로 수성못 자주 산책
각계 인사와 폭넓게 교류… “대구사람보다 대구맛집 더 잘 알더라”
경북고 출신 삼성 라이온즈 창단멤버들과도 특별한 인연 이어와

지난해 3월 3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위해 대구 고·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관계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해 3월 3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위해 대구 고·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관계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구와의 각별한 인연이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20여 년의 검사생활 동안 세 차례나 대구에서 근무했고 한때 "대구고검장으로 가고 싶다"고 주변인사들에게 얘기했을 정도로 대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출발지이자 유배지 '대구'…"늘 솔선수범"

1994년 3월 14일 대구에 초임검사로 첫발을 내디딘 윤 당선인은 약 2년간 대구에서 근무했다. 2009년에는 대구지검 특수부장으로 부임했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과 함께 국정원 댓글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2014년 좌천돼 약 2년간 머무른 곳도 대구고검이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검찰 직원들도 여전히 '검사 윤석열'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윤 당선인의 대구지검 초임검사시절 인연을 맺은 윤병현 당시 윤석열 검사실 참여계장은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이 매우 강했다고 밝혔다.

윤 전 계장은 "1995년 노점상을 하던 노파가 찾아와 700만원을 사기당했는데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했다고 탄원했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철저한 조사 끝에 결국 할머니께 돈을 돌려드릴 수 있었다. 할머니가 당시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실 정도로 고마워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1995년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때 대구의료원에서 사망자 100여명의 시신을 직접 확인하고 오랫동안 아무 말씀도 못 하실 정도로 매우 가슴 아파하셨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대구고검 시절에도 검사로서 솔선수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윤 당선인과 함께했던 장성환 윤석열 검사실 참여계장은 "억울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아주 충실히 들어줬다. 고소인들도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긍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목이 쏠리는 큰 사건을 주로 맡아오던 분인데도 아주 충실하게 직무에 임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마음의 고향' 대구서 신망 두텁게 쌓아

검찰 내부에서는 윤 당선인이 대구 근무 시절을 여전히 추억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지방검찰청 순회 일정 마지막으로 대구를 찾았을 때도 초임 검사로 근무했던 '218호'에 가서 '기운 좀 받아 가겠다'고 얘기할 정도로 그 당시 기억을 특별하게 여겼다"고 했다. 대구고검 근무 시절에는 수성못을 민소매 차림의 '아저씨 패션'으로 산책하다가 검찰 직원들에게 종종 목격됐다는 것은 검찰 내부에서 잘 알려진 일화다.

당시 검찰 조직 안에서 쌓은 신망 역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확고한 지지세에 보탬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윤 당선인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대구 한 변호사는 "대구지검에 있을 때나 고검에 있을 때 후배 직원들을 관사에 불러 요리를 해주기도 했다. 모든 직원들에게 격의 없이 대해 조직 전반에서 평가가 좋았던 걸로 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도 대구고검과 대구지검이었다. 당시 그와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는 퇴직자들까지 현장을 찾아 인사를 나눴다. 지지자들까지 동시에 몰리며 청사가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과거를 회상하며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했던 것은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겼다는 것이다.

◆대구 음식 자주 즐겨…삼성 원년 '키스톤 콤비'와도 인연

대구에서 윤 당선인과 교류해 온 지역 각계각층 인사들은 윤 당선인이 즐겼던 대구 음식들을 여전히 꼽을 정도로 당시를 선명하게 기억했다. 검찰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소탈하면서도 흡인력이 뛰어났다는 평가다.

차순도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은 윤 당선인이 대구지검 특수부장으로 부임한 10여년 전부터 교류해온 사이다. 차 회장은 "환자 가족의 소개로 윤 당선인과 인연이 닿았는데 넓은 인간관계를 맺고 활발한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대구 사람보다 대구맛집을 더 잘 안다고 할 정도였고 따로국밥이나 뭉티기 같은 음식을 자주 즐겼다"고 했다.

이어 "사석에서는 늘 눈높이를 맞추고 얘기하는 모습이 참 좋게 보였다. 당시 항명 사태로 좌천된 처지였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 출신 야구인들과의 연결고리도 눈길을 끄는 인연이다. 윤 당선인의 외삼촌이 1970년대 초 한양대 야구부장으로 부임하면서 경북고 야구부원들을 싹쓸이하듯 한양대로 스카우트해 간 것이 발단이었다. 경북고 야구부는 1971년 대통령배, 청룡기, 봉황기, 황금사자기를 모두 휩쓸며 '전국최강'으로 군림하던 시절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대구고검 근무 시절 수성구 지산동 한 식당에서 가진 모임. 왼쪽부터 윤석열 후보, 천보성 전 삼성 라이온즈 유격수, 배대웅 전 삼성 라이온즈 2루수, 차순도 메디시티대구 협의회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대구고검 근무 시절 수성구 지산동 한 식당에서 가진 모임. 왼쪽부터 윤석열 후보, 천보성 전 삼성 라이온즈 유격수, 배대웅 전 삼성 라이온즈 2루수, 차순도 메디시티대구 협의회장.

삼성라이온즈 창단멤버(2루수)이자 주루·수비 코치까지 지낸 배대웅 전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도 당시 인연을 최근까지 이어오고 있다.

배 전 감독은 "윤 당선인이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동계훈련을 하는 야구부 숙소에 놀러 오곤 했다. 대구고검에 부임했을 때 그 시절 함께 훈련하던 천보성, 정현발, 남우식 등 경북고 출신 야구선수들과 모이자고 제안하는 등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고마웠다"고 했다.

이어 "검사라면 수사기관 특유의 뻣뻣한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없이 주변 사람을 먼저 챙기는 성격이 많이 묻어났다. 지금 보면 훌륭한 정치인 자질이 그때부터 보였던 것 같다"고 했다.

◆"소명의식, 공직자 윤리 칼 같았다"

사석에서 격의 없는 모습과 달리 검사로서의 소명의식이나 공직자로서의 청렴의식은 누구보다도 확고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시 대구고검에서 윤 당선인과 함께 근무했던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영주·영양·봉화·울진군)은 "대구고검으로 좌천된 이후 민주당 측에서 제안한 국회의원 보궐 선거 출마나 변호사 개업을 권유한 적이 있다. 그런데 윤 당선인은 스스로 검찰 일이 너무 좋기 때문에 한직을 계속 도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검찰에 남겠다고 얘기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윤 당선인과 대학 시절부터 40년 가까이 교류하며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정호영 전 경북대학교병원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내가 밥을 사겠다고 해 함께 식사한 적이 있는데 계산하려고 갔더니 절반을 이미 계산해 놨더라"며 "국립대병원장, 지검장 모두 사석에서라도 '얻어먹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예전부터 참 '칼같은' 면모가 있었다. 늘 한결같은 사람이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