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勳章)의 기원은 중세 유럽 귀족 기사 가문의 문장(紋章)이다. 당시 귀족 가문은 저마다 고유의 문장을 만들어 방패와 겉옷, 깃발 등에 표시했다. 전투 중 피아(彼我)를 구분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국가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하는 오늘날의 훈장이 됐다.
훈장은 무공(武功)훈장이 주류지만 아닌 것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1802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루이 14세가 만든 생루이 훈장을 수정하여 만든 레종 도뇌르(la Légion d'honneur)이다. 신분에 상관없이 전쟁에서 무공을 세웠거나 정치·경제·문화 등의 발전에 공적이 있으면 수여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1813년 프로이센이 만들어 2차 대전 후 폐지된 철십자 훈장(Eisernes Kreuz)도 그렇다. 이 훈장을 만들었을 때 당시 프로이센 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의 보좌진들은 수여 대상을 선임하사 이하의 계급으로 하자고 건의했으나 왕은 거부했다. "병사도 장군과 동등한 조건이다. 장군과 병사가 똑같은 훈장을 단 것을 본 사람은 누구나 장군이 훌륭한 지휘를 통해 그것을 받았듯이 병사도 한정된 자신의 영역 내에서 그것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훈장은 오용되기도 한다. 독재자가 권력을 강화하고 충성 집단을 형성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 중 대표적인 것이 훈장이다. 북한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참석하는 행사에 상반신 전체를 훈장으로 도배한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는 장면은 참 익숙하다.
이에 못지않게 고약한 것이 우리나라 대통령의 무궁화대훈장 '셀프 수여'다. 이 훈장은 내국인에게는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게만 수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셀프 수여' 논란이 반복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는 취임과 동시에 받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5년간의 공적에 대해 치하하는 의미로 받겠다"며 임기 말에 받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임기 초 수여로 되돌아갔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셀프 수여할 무궁화대훈장이 제작됐다고 한다. 셀프 수여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부끄러워 닭살이 돋을 일이다. 이런 훈장 같지 않은 훈장을 왜 없애지 않는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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