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패럴림픽 우크라이나 선수단

이창환 체육부장
이창환 체육부장

이보다 더 황망할 수 있을까? 어떤 위로와 응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패럴림픽 우크라이나 선수단 이야기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눈물겨운 사투를 벌였다. 개막 직전에야 베이징에 도착했고, 대회 기간 내내 반전과 평화를 외쳤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 죽기 살기로 승부에 집착했다. 시상대에서 고국의 위급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래야 전 세계가 관심을 더 기울일 거라고 생각했다.

참가 선수 20명이 얻은 메달은 총 29개(금 11·은 10·동 8)로 개최국 중국(61개)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4년 전 평창 패럴림픽에서는 메달 22개(금 7·은 7·동 8)로 종합 6위에 올랐었다.

주장인 그리고리 보브친스키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평화를 위해 뛰었다"고 했다.

대회가 끝난 뒤 더 큰 문제가 남았다. 조국의 비참한 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뛰고 또 뛰었지만 고향의 현실은 더욱 아비규환이 돼 갔다. 금의환향은 고사하고 돌아갈 집조차 파괴됐다. 일부는 가족과 소식도 끊겼다.

난민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도움으로 폴란드에 도착했다. 당분간 바르샤바의 한 호텔에 머물 계획이다. 하지만 투숙 기간, 숙박료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오늘까지 22일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국민들은 러시아에 대항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스스로 무장한 민간인들이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제재에 강력하게 나섰고, 우크라이나에 군수품도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격퇴할 수도 있겠다는 착각마저 든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바라는 지원은 하지 않는다. 먼저 미국은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하지 않는다. 미군이 개입했으면 러시아는 침공할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대한민국과 대동소이하다. 미국과 경쟁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가 그렇게 원했던 나토(NATO) 가입도 단번에 거절했다. 우크라이나가 절박하게 요구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에도 '노'(NO)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면 나토의 정찰기와 전투기가 움직여야 한다. 러시아와 직접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나토 측은 "나토는 이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확전되지 않아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의도는 명백하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최소한의 방어만 가능한 수준으로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제제재로 설사 우크라이나 병합에 성공하더라도 혹독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불쌍하다. 강대국을 이웃한 탓에 자력으로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 자주국방의 의지가 있지만 우방이 없다. 이웃 강대국에 굴복하거나 다른 강대국과 동맹을 맺는 게 현실적인 생존 방법이다. 러시아가 싫으면 미국과 동맹을 맺거나 일찌감치 나토 우산에 들어갔어야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우리 상황과 오버랩된다.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과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까지 상대해야 한다. 스스로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에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게 최우선이다. 우크라이나 패럴림픽 선수단의 황망함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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