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주암산에서 산불이 났다. 이달 5일에는 약 1.5km 떨어진 오리 운흥사 부근에서 또 다른 산불이 발생했다.
가창 오리 마을 주민인 A(56) 씨는 장장 보름 보름 동안 이번 산불로 조상 대대로 가꿔오던 산 대부분을 잃었다. 휘몰아쳤던 불길이 사라진 지 나흘이 지난 16일 만난 A씨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고생이 크다고 했다.
그가 소유한 산의 면적은 약 28ha(28만1천178㎡). 이번 불로 90% 이상이 잿더미로 변했다. 가창 산불의 산림 피해 면적이 39ha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면적의 70% 이상이 그의 산이었다. A씨는 "지금은 어디를 둘러봐도 시꺼먼 재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의 산으로 불이 번지기 시작한 시점은 주암산 산불 이틀 차인 27일. 하필 헬기가 뜨기 어려운 일몰 무렵 강풍을 타고 번졌다. 그렇게 3일 동안 불이 꺼졌다 붙기를 반복했다. 주불이 잡히고 잔불 정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번엔 운흥사 쪽에서 날아온 불씨에 불이 붙었다. 특히 두 번째 산불의 규모가 워낙에 컸기 때문에 근심도 그만큼 컸다.
A씨는 "혼자서 갈퀴라도 들고 뛰어 올라가 불을 끄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불길이 워낙 거세 자칫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름 동안 이어진 산불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게 참으로 괴로웠다. 특히 진화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었던 저녁부터 새벽까지 빨간 불길이 솟아날 때는 선잠을 자기 일쑤였다. 집 안에 있다가도 '혹시나 꺼졌을까'하는 마음에 밖으로 나왔다 들어가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무엇보다 친조부 때부터 생계수단으로 여겨졌던 산이 한순간에 훼손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1900년대 초에는 벌목한 장작을 범어동 시장에 내다 팔아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 밑천을 꾸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던 산이었다. 산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던 1990년쯤에도 일명 '송이산'이라고 불릴 만큼 수입이 좋았다.
그는 "가창 송이가 향이 좋기 때문에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다른 송이를 못 먹는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송이가 유명했다"며 "송이가 다시 자라려면 30년은 족히 걸린다는데, 이제는 송이 채취는 못할 거라 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산불을 진화하고자 매일 산을 올랐던 산불진화대원부터 공무원, 군 장병 등 수백 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밤낮 구분 없이 산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불을 끄셨던 분들에게 감사하다. 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음식을 손수 만드셨던 가창 주민들도 고생이 참 많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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