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의 허아영(가명·현재 나이36) 씨는 그날도 어김없이 하교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다다르자 자리에서 일어선 허 씨의 눈에 들어온 건 8살 아래의 여동생이었다.
'위험한데 왜 나와 있느냐'는 작은 핀잔과 함께 허 씨는 동생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넜다. 도로 반쯤을 지났을까, 그때 허 씨의 손에서 동생의 손이 떨어졌다. 퍽 소리와 함께 뒤를 돌아본 순간 동생은 허공에 날아 땅으로 떨어진 참이었다. 교통사고였다. 급커브길에서 길을 건너던 이들을 보지 못한 대형 차량은 그대로 동생을 들이받았다. 동생은 아주 긴 뇌사 상태에 빠졌다.
허 씨의 정신이 무너진 건 그때부터였다.
◆사고 트라우마에 정신 장애
격동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열한 살 때 친아빠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허 씨와 지적장애가 있던 남동생, 어린 여동생을 키웠던 엄마는 5년 뒤 새 아빠와 재혼했다. 엄마의 행복을 바랐던 허 씨 역시 새 아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배다른 동생이 태어나고 그즈음 여동생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부모와의 관계는 점차 멀어졌다.
사고 트라우마는 컸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어린 허 씨의 마음도 점차 병들어갔다. 친척들은 절대 가해자와 합의를 해줘선 안 된다고 했지만 엄마, 아빠는 3억원의 돈과 동생의 목숨값을 바꿨다. 허 씨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병든 아이의 마음을 엄마, 아빠 그 누구도 돌봐주지 않았다. 허 씨가 화내고 짜증내는 일이 잦자 부모는 '정신장애'라며 허 씨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정신과 입원 이력은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됐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왕따의 삶을 살았다. 그렇게 반항과 정신과 입·퇴원을 반복하다 학교를 떠났다. 성인이 된 후 집을 나왔지만 일을 제대로 하긴 어려웠다.
살고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요양 시설에 취직했지만 점점 심해지는 정신장애로 실직하기 일쑤였다. 결국 허 씨도 모르게 뇌전증까지 찾아왔고 잠시 기억을 잃은 사이 허 씨는 환자와 직원에 난폭 행동을 일삼았다.
◆의지했던 남편마저 아파
요즘 허 씨는 병원에 누운 남편과 통화할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 못 했던 삶, 그러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지만 남편마저 아프다.
결혼 후 허 씨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잦은 실직으로 일을 나가지 못하던 중 우연히 참석한 학교 총동창회에서 남편 장해수(가명·현재 나이51) 씨를 만났다. 결혼 후 다행히 허 씨의 삶도 점점 안정되는 듯했다. 사업을 하던 남편을 도와 회사에 함께 나가 일을 배웠고 평생 함께해줄 '내 편'이 있다는 생각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 일이 터졌다. 몸이 안 좋다던 남편은 회사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그 자리에서 심정지가 왔고 필사적인 심폐소생술에도 남편은 깨어나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한 후에도 뛰지 않던 남편의 심장은 의사가 처치를 그만둘 찰나 기적적으로 다시 뛰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허 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남편이 본인을 두고 세상을 떠날까 두려움이 큰 데다 남편의 회사 운영이 어렵게 되면서 6천만원이 넘는 빚을 떠안게 됐다. 자꾸 쌓여가는 병원비와 빚을 갚으라는 독촉 전화에 심신은 다시 불안 상태로 빠졌다. 시댁 식구에 연락해봤지만 잦은 금전 요청으로 사이는 멀어져 버렸고 친정 식구 역시 형편이 어렵다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정신 장애가 있는 허 씨를 받아주는 일터도 없었다.
다행히도 얼마 전 남편은 긴 잠에서 깨어나 점차 의식을 회복하는 중이다. 말은 잘하지 못하지만 그 역시 삶의 의지가 강한 듯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허 씨의 마음은 자꾸만 병이 든다. 밀린 입원비에다 남편 간병비로 한 달에 120만원이 넘는 지출이 발생하는데 기초생활수급비 이외에 마련할 돈이 전혀 없다. 생활비마저 아껴보지만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또다시 의지할 곳이 없어진 삶. 그는 옷장에 기대어 하염없이 허공만 바라봤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기부금 영수증 처리는 가정복지회(053-287-0071)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주)매일신문사(이웃사랑)

▶DGB대구은행 IM샵 바로가기
(https://www.dgb.co.kr/cms/app/imshop_guide.html)

[지난주 성금내역]
◆일본서 한국 왔지만 남편 폭력에 시달린 미츠키 씨에 2,491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결혼을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왔지만 딸과 함께 남편 폭력에 시달린 미츠키(매일신문 3월 8일 자 10면) 씨에 2천491만3천5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배준범 50만원 ▷조은향 10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안현준 1만원 ▷최봉석 1만원 ▷이진기 5천원 ▷'수앤랑' 1만1천500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백혈병과 뇌전증으로 아픈 조윤희 씨 부부에 2,906만원 성금
본인은 백혈병에 걸렸고 남편은 뇌전증에 교통사고로 다리마저 절단 돼 생활이 힘든 조윤희(매일신문 3월 15일 자 10면) 씨에 53개 단체 245명의 독자가 2천906만6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빛명상본부 12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정훈)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황금치과의원(박철기) 20만원 ▷효민약국(최순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삼보세라믹스(김익곤)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퍼스트이비인후과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명산업주식회사(김재홍)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도경희 380만원 ▷김상태 이정추 각 100만원 ▷국설현 김진숙 허만인 각 50만원 ▷이신덕 30만원 ▷김진이 박전호 오정환 이상범 각 20만원 ▷곽용 구교영 김경희 김문오 김상태 김순향 김원준 김준현 도희두 문미정 민병선 민병헌 박경옥 박명숙 박미정 박순임 박종천 원순옥 유재혁 이규운 이재일 정경호 정승혜 조득환 조윤희 채승만 최영조 최창규 허창옥 홍정남 각 10만원 ▷박민철 7만원 ▷강석원 구율원 권혜경 김미경 김소영 김연숙 김호근 남영희 문영민 박소현 박정아 박혜은 배용희 백미화 변대석 서미현 서정오 서준교 성미라 안대용 여성수 오명철 오소춘 유윤옥 윤선희 윤순영 윤혜련 이경자 이곤미 이단우 이동욱 이미열 이윤항 이종하 임채숙 전우식 전준석 전형숙 정내위 정원수 정희윤 조명복 조병철 조영숙 진국성 최민영 최상수 최종호 최한태 최혜자 각 5만원 ▷김강현 4만4천원 ▷방순옥 이지연 각 4만원 ▷강종수 강현정 국경숙 권규돈 김인경 김종균 김효성 김효정 박승호 박종문 배상영 신광련 오세정 이덕오 이서연 이석우 이응섭 이종민 이종완 이현목 정우현 조혜경 주강숙 최근창 최춘희 하경석 홍정숙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유영서 2만3천원 ▷강다현 김대식 김이든 김인덕 김태욱 류휘열 문광석 박임상 박정희 박희숙 서숙영 서연경 송영미 송재일 여환주 유귀녀 유수빈 이미숙 이병순 이서현 이운호 이재민 이해수 이희형 임유정 최응규 천미경 허정 홍현주 각 2만원 ▷이원주 1만3천원 ▷강대훈 권보형 권오영 권재현 권희수 김경숙 김삼수 김상근 김성옥 김유열 김제철 김진만 김태천 나재덕 문민성 문병찬 박건우 박민희 박숙자 박애선 박은영 박재석 박진구 박찬희 박태용 박현주 박홍선 손명준 손태경 손희정 송은정 서철배 신영랑 양세원 오옥자 오정순 우순화 우진숙 우철규 원소영 유명희 윤석길 윤인주 이명주 이아영 이원형 이형준 장문희 전복옥 전지원 조미정 조옥연 지호열 최경철 함은숙 허영재 황성광 각 1만원 ▷김동현 서제원 안기성 원삼희 각 5천원 ▷이서진 임준희 각 3천원 ▷이장윤 2천원
▷'victorique' 20만원 ▷'주님사랑' '홍종배베드로' 각 10만원 ▷'김나현쌤' 7만원 ▷'김민규안다겸' '김부' '대구시민' '매주5만원' '부산지에스25정관이지' '사랑합니다' '이웃사랑' '재원수진' 각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지원정원' 3만원 ▷'강해만이진주' '석희석주' '예수사랑1' '예수사랑2' 각 2만원 ▷'조희수건강회복' '지현이동환이' 각 1만원 ▷'애독자' 5천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