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작품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습니다. 해체와 재구축을 반복하며 새로운 스타일로 나아가는 듯합니다."
한옥의 대들보나 서까래 같기도 하고, 서예의 점과 획 같기도 하다. 색채 또한 짙은 먹색과 청색, 적색으로 절제되고 정제됐다. 김영태 작가의 최근 작품 얘기다.
지난 10일 찾은 소헌미술관(대구 수성구 화랑로 134-5) 전시실 벽면은 김영태 작가의 작품들로 가득했다. 그가 경북중 1학년이던 1961년 그린 그림부터 경북고 재학 중 전국 규모의 미술실기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던 그림, 웅장하고 평온한 한국 전통건축물 그림, 유럽·미국 뉴욕의 건축물을 그린 그림까지.
화가이자 건축가인 그의 작품 대부분은 '집'을 소재로 하고 있다. 김영태 작가는 "한국전통가옥에 관심이 많다. 내부를 꿰뚫어볼 수 있으니, 그림에 힘이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이후 단청의 오방색을 활용해 감각적인 표현을 해온 그의 작품은 2017년 이후 눈에 띄게 색채가 절제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어느날 색에 의미가 없는 듯 느껴졌다. 코로나19 이후 사색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욱 그림 스타일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최근 그린 그림들은 그가 쌓고 세워온 건축물이 다시 해체되고 날아가는 느낌이다. 자유로운 붓질 속의 가파른 선은 그가 평생 건축가로서 고민해온 자연과 인위의 균형을 나타내는 듯하다.

마치 서예의 점과 획 같은 표현방식은 그의 아버지와의 연결고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아버지는 서예가 소헌 김만호 선생. 그의 독자적 서체는 근현대 서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고, 그의 서실 '봉강재'는 1천여 명의 제자를 배출하는 요람이 됐다.
김 작가는 "한옥은 무궁무진하게 과학적이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알맞게 잘라 끼워넣는 것을 결구여옥이라 한다. 짜임새가 안정적이고 튼튼한 방법인데, 서예도 결국 점과 획이 얽히는 결구와 다름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2014년 개관한 소헌미술관 역시 그가 설계, 시공한 건축물이다. 소헌 선생의 작품과 유품 1천여 점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22일(화)부터 아홉번째 개인전 '75 전'을 연다. 2012년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에서 정년퇴직한 후 10년 간에 걸친 작업의 흔적이자 결과물을 선보인다. 100호 이상의 대작이 대부분이며, 틈틈이 작업해 온 입체작품 수 점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4월 2일(토)까지. 053)751-8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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