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 경주시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현 주낙영 시장의 재선 가도를 박병훈 예비후보가 가로 막으며 2강 간 일전이 예고돼 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본선 경쟁력 있는 주자 발굴에 역대급으로 매진하고 있다.
주 시장은 지난 4년 간 시정 성과를 강조하며 재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약 7천400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임기 첫해 1조2천억원 규모였던 예산은 지난해 1조8천억대로 30%나 늘었고, 올해 2조원 시대 돌파가 예상된다"며 "지금까지 시장과 국회의원 간 불화가 있었던 게 사실인데, 저는 김석기 의원과의 공조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경주시장은 모두 재선을 해왔다. '4년은 짧고 4년 더 해보라'는 경주지역 특유의 정서가 있기 때문"이라며 "중단 없는 경주 발전을 위해 차기 시장 적임자도 저 주낙영"이라고 강조했다.
주 시장은 경북도 부지사, 행정자치부 균형발전기획관, 뉴욕총영사관 부총영사 등을 두루 지낸 만큼, 자신의 최대 강점으로 전문성 높은 행정력을 어필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인 김석기 의원과 '케미스트리'도 실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출생과 초교 졸업을 제외하곤 지역과 연고가 부족한 탓에 조직력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주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도 과반에 못 미친 34.9%를 득표, 다소 쑥스럽게 당선됐다.
경북도의원 출신의 박병훈 예비후보는 '뒤집기 공천'의 아픔을 딛고 시장선거 3수에 나섰다. 박 예비후보는 "천년고도 경주를 더욱 경주답게 완성하고 고품격 행복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시 한번 시장선거에 도전한다"며 "경주에서 태어나 자라고 평생을 살아온 만큼 지역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시민들과 함께 발전하는 미래를 견인하고 싶다"고 했다.
박 예비후보는 "공정한 경선이 이뤄진다면 승산은 충분하다"며 "시민들께서도 '박병훈이 한 번 할 때가 됐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뒤집기 공천 피해를 잇달아 당한 데 대한 동정표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20%대 박스권 지지율에 머물렀던 박 예비후보는 최근 3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역 주민과의 오랜 스킨십이 빛을 발한다는 평가다. '풀뿌리' 후보인 탓에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중앙 정치권과의 인맥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장 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선거를 오가며 정치적 경쟁자를 많이 만든 것이 박 예비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이 갖춰야 할 소위 '스펙'에 대해 경주시민들의 눈높이가 상승한 점도 박 예비후보가 넘어야 할 산이다.
두 사람은 경주시청 브리핑룸 사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혈투를 예고했다. 지난 22일 박 예비후보가 출마 기자회견을 위해 시청 브리핑 룸 사용을 신청했으나, 시청이 관련 규정을 이유로 불허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역 정치권에선 경선 시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운 주 시장과 현역 못지않은 인지도를 가진 박 예비후보가 박빙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80년 전통의 경주고 인맥과 이른바 '김이최박'으로 불리는 경주 4대 문중 표심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중앙당 공관위 지침에 따라 경선이 실시된다면 접전이 예상되지만, 김석기 의원이 공천권을 행사한다면 주낙영 시장이 다소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경주 정치교체론을 꺼내 들고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제압할 수 있는 후보를 심사 중이다. 정다은 경주시 지역위원장은 "경주시장이 언제부터 퇴직 공무원이 와서 정년을 연장하는 자리가 됐느냐"며 "경주 예산 또한 국민의힘의 무능에도 문재인 정부가 잘해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은 시장 출마자를 3명으로 압축해 심사를 진행 중이며, 늦어도 4월 중순엔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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