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의약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가운데, 양약 기준에 맞춘 인허가로 한의약의 상용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의약계에 따르면 양약과 같은 틀에서 안정성·유효성을 따지다 보니 품목허가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생약의약품을 한약제제로 분류해 합성의약품과 동일하게 약사법상 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의약이 품목허가를 받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한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에 따라 안정성·유효성 심사(이하 안유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한의약은 전임상을 거쳐 1~3상까지 양약과 똑같은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식약처는 예로부터 계승된 한의약의 효능을 인정해 동의보감, 방약합편, 본초강목 등 10종의 한약서에 조제법이 기재된 것은 안유심사를 거치지 않도록 완화규정을 두고 있다.
한의약계에선 현재의 법률이 한의약에 대한 현대의 다양한 요구와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뚜렷한 효과에도 현실과 맞지 않는 법 적용으로 상용화 문턱에서 멈춘 한의약이 바로 아토피에 효과를 나타내는 '자금정'이다. 자금정은 대구약령시 청신한약방이 제조에 성공해 내방 환자에게만 판매하고 있다.
대구시는 2017년부터 대구한의대, 한국한의약진흥원, 청신한약방과 함께 자금정 제품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품목허가가 까다로운 탓에 5년이 넘도록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가 완화규정을 두고 있지만 자금정 원료 중 하나인 속수자가 독성주의한약재 21개 품목 중 하나에 해당해 안유심사 제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금정 임상시험에는 최소 6년 이상이 걸리고, 60억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복석 청신한약방 대표는 "속수자에 있는 독성을 법제(法製·한약의 독성과 자극성을 없애는 과정)해 만드는 것이 자금정이다. 유효성과 안전성은 오랜 시간을 거쳐 증명됐다"며 "한의약을 양약에 준해 허가하는 현 체계로는 한의약 세계화는 요원하다"고 토로했다.
한의약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어 민간 자본이 임상에 투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의약계에선 약사법과 분리되는 한약제제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방의약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약은 한방의약품 관리를 위해 가칭 '한약제제법' 등 별도의 법률제정이 필요하다"며 "한약제제법은 기성 한약서의 우수한 처방을 현대 질환에 맞춰 약재와 용량의 가감을 허용하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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