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손님이 짜다면 짜다’

유광준 서울뉴스부 차장

유광준 서울뉴스부 차장
유광준 서울뉴스부 차장

'윤석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념 과잉에 젖은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뜨는 해'일 때 이렇게 말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2월 서울시 평균 아파트값은 12억6천891만 원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7년 2월에는 5억9천861만 원에 불과했다.

의식주는 사람살이의 기본이다.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몸을 뉘어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내일을 준비하는 공간이 보금자리다. 서울 부동산시장 어디에 '평등' '공정' '정의'라는 표현을 붙일 수 있을까!

착잡한 마음으로 정권 인계에 나선 문 대통령도 5년 전 이때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면서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던 당선인의 인품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두 번째 도전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국정 최고책임자의 자리에 올랐으니 겸허한 마음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리라 믿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임기를 한 달여 남겨 둔 현직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보다 차기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더 낮게 나오고 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박빙의 승부로 마무리된 대선 결과를 인용하며 둘러댈 수 없는.

두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국민들이 일상의 범죄와 관련해서 만나게 되는 검사는 대부분 형사부 검사다. 그런데 검사라고 다 검사가 아니란다. 출세하려면 특수부 근무 경험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검사 출신 국회의원에게 물었다.

"특수부 검사는 뭐가 다르냐? 속칭 잘나가는 우병우·한동훈 검사를 에이스로 꼽는 이유가 뭐냐?"

이에 "그래도 보통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형사부 검사들은 사안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고민을 좀 하는데 특수부 검사들은 위에서 '세모'라고 정해 주면 사건을 '세모'로 정확하게 만들어서 정리·보고하는 재주가 있더라"고 답했다.

두 번째는 최근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을 만났을 때다.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참모들을 향해 '여의도 실력이 이거밖에 안 되냐!'는 푸념을 자주 하면서 지시에 부응하는 정확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정치 영역에서는 내 맘대로 되는 것이 많아야 30%밖에 안 되는데 앞으로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 가면 국정이 간단치 않게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극단적인 여소야대 국면이 될 국회 상황이 만만치 않은데 당선인이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는 이치를 깨닫는 데 비싼 수업료를 치르는 동안 새 정부가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당선인은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그 명성을 발판으로 검찰 총수 자리에도 앉았다. 그동안 '정치' 영역에서 잔뼈가 굵은 경쟁 주자들을 차례차례 제치며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를 해소할 기대주로 성장했고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다시 정치다. 국정 최고책임자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의 요체는 소통이다. '도대체 왜 국민들이 내 진심을 몰라주는지 안타깝다!'는 하소연은 초선 국회의원 정도가 해야 나라가 평안해진다. 대통령이 그런 서운함을 토로하면 대한민국이 불행해진다. 5년 후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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