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치실이요? 만실입니다" 코로나 사망 급증으로 장례식장 포화

"돌아가시기 전에 안치실부터 예약하는 전화가…"
장례용품도 품귀…"관 50~60개 제작하자마자 다 나간다"
대구 3월 코로나19 사망자 440명, 지역 누적 확진자 907명 가운데 절반 수준

30일 오후 찾은 대구 북구 한 장례식장의 주차장은 유족과 화환을 실은 차량들로 가득했다. 심헌재 기자
30일 오후 찾은 대구 북구 한 장례식장의 주차장은 유족과 화환을 실은 차량들로 가득했다. 심헌재 기자

"한 달 가까이 안치실이 가득 차는 건 난생 처음 겪어봅니다."

30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한 장례식장은 안치실이 부족해 더이상 장례를 치를 수가 없었다. 이곳 관계자는 "고인을 모시기 위해 대기하는 유족도 있다"며 "최근에는 돌아가시기 전에 미리 예약하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구 동구의 한 장례식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4개의 안치실은 가득 찼고 사무실 내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벽면에 걸린 화이트보드에는 장례 일정이 시간대별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코로나19 사망자 급증에 따른 '화장장 대란'이 장례식장 포화로 번지고 있다. 화장장에 가지 못한 시신이 안치실에 장기간 보관되면서 '장례식장 대란'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대구지역 장례식장 10곳 이상에 문의한 결과 안치실은 대부분 만실이었다. 자리가 비었더라도 금세 예약됐다.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타지역에서도 문의가 많아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가 많아지면서 유족들은 겨우 빈소를 구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원장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 달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하루 전 숨진 조부모의 장례를 치르고 있던 A(26) 씨는 "어제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가족 전체가 빈소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며 "이곳도 수소문 끝에 잡았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 삼일장을 마쳤다던 B(29) 씨도 "대구에서 빈소를 찾기가 힘들어 경북 영주에서 장례를 치렀다"며 "급하게 잡다 보니 좋은 곳에서 못 보내드린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장례용품 공급도 여의치 않다. 최근에는 관을 만드는 데 쓰이는 중국산 오동나무 수급까지 원활하지 않아 합판 또는 종이관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대구에서 관을 제작하는 C(62) 씨는 "하루에 관을 50~60개까지 만들 수 있지만 사망자가 너무 많다 보니 매일 다 나가고 있다"며 "현재 오동나무 재고도 다 소진돼서 합판으로 관을 제작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업계에선 이달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망자 폭증이 장례식장 포화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3월 동안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8천172명이다. 지난달 사망자 1천303명의 6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구에선 440명이 사망했다. 대구 누적 사망자가 907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 가까운 사망자가 3월 한 달 사이 나온 셈이다.

사망자가 폭증하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안치실을 추가로 마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4월 안으로 시신 120구를 수용할 수 있는 임시 안치실을 단계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형 장례식장은 가득 차기도 하지만 소규모 장례식장은 여유가 있다"며 "안치실을 추가로 설치하려면 주변의 부대시설까지 갖춰야 한다. 현재로선 추이를 좀 더 지켜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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