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기록을 쌓는다는 것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다양한 방법 소개, '기록하기로 하겠습니다'
고3 딸에 대한 사랑을 1년간의 사진으로 기록,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

다산 정약용은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메모는 생각의 실마리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기록해 두지 않으면 기억은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격렬한 느낌이나 생각도 쉽게 잊히고 맙니다. 하지만 기록이 있으면 다시 복원할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에 다녀온 후 작성한 여행기인 '열하일기'에는 그가 만났던 사람과 나눴던 이야기를 자세히 적고 있습니다. 이는 박지원의 천재적인 기억력이라기보다 꼼꼼한 기록이 뒷받침됐기에 온전히 되살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의 표지

◆기억하고 싶다면 오늘의 순간을 적어두기

매일 비슷비슷한 삶의 연속,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이라는 생각에 지루함을 느낀 적이 있나요? 마치 모래를 움켜쥔 듯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사라져버린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을 기억할지 정하는 일이며, 하루를 촘촘히 겪게 만들어 준다고 말하는 책, '기록하기로 하겠습니다'(김신지 지음)를 소개합니다.

이 책에서 기록은 적는 일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남기는 것처럼 순간을 붙잡아두려는 모든 시도를 기록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한 메모가 한 알의 구슬이라면, 기록은 그것을 꿰는 일입니다. 즉, 한 가지 주제로 일관된 기록을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일기 쓰기입니다. 오늘 하루의 인상을 길지 않은 몇 줄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를 기억해 보아야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시간을 곰곰이 되짚어보며 적어두고 싶은 소재를 고릅니다. 그럴 때 아무 일도 없었던 평범한 하루가 기억할 만한 일이 있었던 하루로 넘어가게 됩니다. 오늘의 인상을 몇 줄로 기록한다면 어떤 문장들이 될까요?

작년 오늘 뭘 했는지, 재작년 오늘 뭘 했는지 기억하시나요? 방금 전 일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분들을 위해 작가는 5년 다이어리를 소개합니다. 같은 날짜의 5년을 기록할 수 있는 일기장입니다. 단 하루도 같은 일기는 없고 모든 날들은 다 달랐다는 걸 발견하게 합니다. 잠들기 전 5분, 평범한 하루 속에 감춰진 소중한 순간들이 되살아 나는 순간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기록 방법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하루에 한 가지 좋았던 순간에 대한 기록, 내가 좋아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기록, 같은 장소에서 사계절 사진 찍기, 내게 의미 있는 장소에 대한 기록, 내가 들은 좋았던 말이나 사소한 격려에 대한 기록, 심지어 나를 웃게 만든 크고 작은 농담에 대한 기록까지 다양합니다. 놓치기 쉽고 잊기 쉬운 것들이 나만의 콘텐츠로 소중히 보관되는 순간입니다.

책을 마지막까지 읽기도 전에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는 자신을 만날지 모릅니다. 나만의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 자체로 귀합니다. 나만이 쓸 수 있으니까요. 매일 기록하는 사람이 돼 보세요. 무엇을 기록하고 싶으신가요?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의 표지

◆ 사진 일기에 담긴 건 기록이 아닌 사랑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소광숙 지음)는 '고3 딸을 응원하는 엄마의 사진 일기'라는 부제를 가진 책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딸이 수능 시험을 치르는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꼭두새벽에 일어난 날부터 1년 여간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을 쓰는 엄마의 육아일기와 같이 이 책은 내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에 대한 기록인 셈입니다.

거창한 육아일기가 아니라도 우리는 책장 속 사진 앨범을 펼치며 아이의 어린 시절을 소환합니다. 이렇듯 작가는 때론 힘겹고 안쓰러운 한편 대견하기도 한 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냅니다. 그리고 그날의 이야기를 엄마 시점으로 풀어냅니다. 누구나 힘겹다는 고3을 자녀가 겪어내는 동안 '엄마는 너를 바라보고 있다'는 부모 나름의 사랑 표현입니다. 작가의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갑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새로우면서 보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겠지요!

사랑받은 기억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면, 사랑하는 이에 대한 기록이야말로 누군가를 살리는 기록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고 계신가요? 굳이 거창한 기록이 아니라도 간단한 종이 메모, 핸드폰 문자와 사진으로 기록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어보면 어떨까요? 사랑한 모든 것이 흐려지기 전에 기록해 두세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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