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넘 미닛.'
중증 사고 후 치료가 이뤄지기까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인 '골든아워'에서 더 나아간 말이다. 이국종 전 아주대 교수의 응급 의료 철학이 담긴 단어다. 이 전 교수는 18일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생과 사의 경계, 플래티넘 미닛'이라는 강연을 통해 응급치료를 위한 24시간 닥터헬기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어려운 한국 현실에 부닥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닥터헬기 도입 등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구상이 싹트기 시작하던 때는 이 전 교수가 2003년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다. 미 해군 예비역 대령이자 외과의사인 포텐자 교수 등은 중년이 넘은 나이에도 헬기를 타고 응급 환자를 긴급 치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 전 교수는 "'미국 메릴랜드주에선 어느 장소에서 환자가 발생해도 18분이면 헬리콥터로 도착해 내려갈 수 있다'는 헬리콥터 파일럿의 말이 무려 20년 전"이라며 "지금쯤이면 미국은 10분도 안 걸릴 것"이라고 했다. 거점 병원과 헬기 이착륙 시간, 치료 등 체계가 유기적으로 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중증 환자 발생부터 치료가 시작되기까지 전국 평균 4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 전 교수는 "한국은 응급 환자들을 트럭으로 실어나르던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국과 맞먹는다"며 "응급 환자가 병원에 가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응급실에 깔리고 깔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보다 헬기 성능 등은 더 열악하지만 응급의료 체계를 잘 갖춘 영국과 일본의 사례도 소개했다. 이 교수가 2007~2008년 영국 로얄런던병원에 연수할 당시, 거점 병원에선 하루에 5, 6회씩 헬기가 뜨고 의료진은 능숙하게 밧줄에서 내려와 잔디밭 등 현장 어디서든 치료가 이뤄졌다고 했다. 일본은 동네 주택가 주차장에 헬기가 내려 긴급 수술이 진행됐다고도 했다.
이 전 교수는 자신이 구상한 닥터헬기 체계가 한국에선 작동되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하드웨어'가 넘치는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선진국 응급의료 체계)인데, 단지 안 만들려는 것"이라며 "한국은 헬리콥터나 의사·파일럿이 넘치고 넘치는데 안 하고, 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이 전 교수가 일하던 의료 현장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9년 권역외상센터의 간호 인력 충원과 관련된 정부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병원 측과 마찰을 빚다 사임했다. 응급 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헬기의 이착륙이 자유롭지 못하거나 무전기가 고장나는 상황도 나왔다. 소음 문제로 집중적인 민원을 받기도 했다.
이 전 교수는 "제가 어떻게 힘을 좀 내 벽을 깨고 나가면 우리도 미국 등 선진국 의료 시스템처럼 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도 "결국엔 갈 길도 없고 헤매다가 끝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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