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 길 먼 장애 학생 특수교육…시설 확충과 운영 내실화 과제

학령 인구 줄지만 특수교육대상자는 해마다 증가, 특수교육 내실화 시급
현재 대구 내 특수학교 11곳, 최근 많이 생겼으나 아직 부족해 원거리 통학 등 불편 여전
그러나 주민 반대, 예산 등 현실적 이유로 특수학교 신설 산 넘어 산

지난 18일 낮 12시 대구시청 앞에서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주최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윤정훈 기자
지난 18일 낮 12시 대구시청 앞에서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주최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윤정훈 기자

#대구의 한 특수학교 고교 2학년에 다니는 A군은 자폐성 장애를 가졌다. 지난해까지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에 다니다 전학했다. 사회 진출을 위해 필요한 맞춤형 직업 교육을 특수학급에선 받을 수 없어서다.

일반학교에 다닐 때 불편과 갈등도 있었다. 2020년 코로나19 초창기에 개학이 연기되면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을 때 A군은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달간 교육과정에서도 소외됐다.

과거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반 친구가 A군의 얼굴을 주기적으로 때렸는데, 담당 교사는 이를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A군의 부모는 "교사가 보지 않을 때 혼자 있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이 와서 어떤 해코지를 했는지 알 수 없다. 폭력을 당해도 스스로 표현을 잘 못해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3년 전 특수학교를 나온 B(24) 씨는 과거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B씨의 담당 교사가 깜깜한 주방에 B씨를 가둬 문을 잠궜다. 2시간 넘게 혼자 뒀다. 불안하면 구석으로 들어가는 B씨는 주방 싱크대 밑으로 몸을 웅크렸다. 그러다 쇠에 등이 긁혀 상처가 났다. 집에 돌아온 B씨의 상처를 본 부모는 통합교육에 대한 미련을 접고 특수학교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교육 수요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시설 부족과 인권 침해, 교육 과정의 획일화 등 여전히 문제 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교육은 특수학교와 일반학교로 나뉜다. '특수학교'는 장애 학생만을 교육하는 별도의 학교이다. 일반학교의 경우 장애 학생을 따로 모아 학급을 만든 '특수학급'과,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특수교육 수요가 늘고 있지만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19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유·초·중·고 특수교육 대상자는 모두 5천119명으로, 2019년 4천874명과 2020년 4천976명 등 해마다 증가세다.

이 가운데 특수학교 재학생은 1천738명(34%)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들 중 일반학교에서 생활하기 힘든 지적장애(959명)와 자폐성 장애(329명)가 상당수 차지했다. 장애 유형별로 세분화된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특수학교 진학을 원하는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많다.

대구의 특수학교는 11곳뿐이어서 원거리 통학 등의 불편이 있다. 북구 이룸고의 경우 전교생 92명 중 35명만 북구에 거주 중이다. 나머지는 동구(26명)와 수성구(16명), 달서구(5명), 달성군(5명), 서구(3명), 중구(2명) 등 멀리서 통학한다.

대구 한 특수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특수학교마다 버스를 운영하는데, 오래 걸리는 학생은 집에서 학교까지 편도로만 1시간 30분이 걸린다"며 "근거리 학교를 다니며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응훈련을 받을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교육 내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수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 등 과정이 합쳐진 경우가 많아 학년별 체계화된 교육과 행정적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구 11곳 중 10곳은 초·중·고·전공 과정을 함께 운영한다. 고등학교 과정 단설로 운영하는 곳은 올해 개교한 이룸고가 유일하다.

이에 연령대 별로 체계화된 교육과 지원을 받도록 소규모 단일과정 특수학교가 많아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어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만만찮고 예산도 상당히 투입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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