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미래가 우리 손을 떠나기 전에

나오미 클라인·리베카 스테포프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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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지구는 없다!",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우리 미래를 태워 없애지 말라!"

2019년 3월 전 세계 125개국에서 기후 위기를 외치는 시위가 동시다발로 열렸다. 150만 명이 넘는 청소년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되는 등교 거부 시위는 탄소연료 남용으로 지구 온실가스를 양산한 기성세대를 향한 집단적 저항이었다.

전 세계 학생들을 거리로 이끈 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예고된 위기를 입 모아 걱정하면서도, 아무도 변화에 앞장서지 않는 사실에 대한 분노였다.

'미래가 불타고 있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로 활동 중인 나오미 클라인이 교양서 작가 리베카 스테포프와 함께 쓴 '미래가 우리 손을 떠나기 전에'가 국내 출간됐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후 위기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다룬다.

책은 전문용어를 뺀 명쾌한 서술과 시각 자료로 기후 위기의 현실을 냉정하게 풀어낸다. 개인의 소박한 실천만으로 미래가 괜찮아질 것이라는 사탕발림은 없다. 과학적 검증이 끝난 예고된 파국을 담담하게 읊을 뿐이다.

2016년 200여 개국이 참여한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일부인 '파리 협약'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하로 억제하되, 되도록 1.5℃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2℃ 올라가면 1.5℃ 올라갈 때에 비해 극심한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의 수가 무려 17억 명이나 늘고, 해수면은 10㎝가 높아진다.

그러나 이미 지구는 산업화 이전보다 1℃ 이상 뜨거워진 상태고 21세기 말 무렵엔 3~5℃ 이상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는 행동을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 행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10대 활동가들의 행적을 주목한다.

독일 출신의 펠릭스 핑크바이너는 정작 구해야 할 것은 북극곰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2007년 독일 정부에 1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제안했고, 국민적 공감 속에 4년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이제 지구에 1조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고 있다.

캐나다의 10대 원주민 활동가 어텀 펠티에는 오대호의 물을 보호하는 데 평생을 바쳐온 이모할머니 영향으로 활동가의 길로 들어섰다. 겨우 열네 살 나이에 원주민 수자원국장이 된 그는 2019년 유엔 회의에서 "우리는 돈을 먹고는 살 수 없고, 석유를 마시고도 살 수 없다"며 원주민 공동체의 물을 오염시키지 말라고 외쳤다.

그해 9월에는 여덟 살에서 열일곱 살 사이의 기후 활동가 16명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이라는 국제 조약을 근거로 유엔에 항의서를 제출해 화제가 됐다. 그 중 태평양의 섬 팔라우 출신 청소년인 카를로스는 "우리처럼 작은 섬나라들이 기후 변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큰 나라들이 알아달라. 우리 집은 지금도 조금씩 바다에 잠겨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저자가 청소년들에게 제안하는 구체적인 대안은 학교에 기후 수업을 요청하고, 기후 시위에 동참하며, 나아가 정치 일선의 주체가 되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클로이 스와브릭은 녹색당 대표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스물세 살 나이로 당선됐다.

아울러 예술과 공연은 사람들이 기후위기 극복 메시지를 알기 쉽게 도울 수 있다며 독창적 기후 예술의 공유를 제안하고, 자연과 가까워지기 위해 좀 더 노력함으로써 그 친화력을 직접 그리고 깊이 느껴볼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의 말미엔 우리 눈앞에 세 개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고 나온다. 첫 번째 불은 세상을 불태우는 기후 변화, 두 번째 불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평등을 잉태하는 혐오다. 마지막 세 번째 불은 새로운 세대의 젊은 활동가들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불이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지역에서도 청소년 활동가들의 불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보호 실천 과정과 결과들을 엮어 '산소발자국을 따라서 지구 지키기'를 출간한 대구과학고 환경동아리 '산소발자국'의 학생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들의 불꽃이 밝게 타오를수록 최선의 미래를 향한 길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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