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대표와 국군 현역 장교가 북한 공작원 지령을 받고 대포폰·시계형 몰래카메라 등으로 국내 군사기밀을 유출하다 적발돼 구속됐다.
현역 군 장교가 간첩행위에 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경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경찰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지난 5일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 A(38)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지난 15일 같은 혐의로 현역 대위 B(29) 씨를 붙잡아 군검찰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과 군검찰은 이날 A씨와 B씨를 각각 구속 기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6년여 전 한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60만달러(약 7억원) 상당 암호화폐를 받은 뒤 군사기밀 유출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21년 7월쯤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군사기밀 탐지에 필요한 현역 장교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그는 같은 해 8월 현역 장교 1명에게 '군사기밀을 제공하면 암호화폐 등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으나 거절당했다.
얼마 후 A씨는 지인 소개로 만난 B씨에게 북한 공작원이 전달한 4천800만원 상당 비트코인을 주고서 범행에 가담시켰다.

조사 결과 이들은 군사2급 비밀인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을 시도했으나 실행에 이르지는 못했으며, 일부 군사기밀을 촬영한 뒤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KJCCS는 전·평시 군 작전지휘 및 군사기밀 유통에 쓰는 전산 체제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3월 KJCCS 해킹을 시도하고자 북한 공작원 지령에 따라 기판 형태의 소형 PC를 구입했다. 이후 북한 공작원이 인터넷에 접속된 A씨 노트북을 거쳐 이를 원격 제어하고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게끔 도왔다.
B씨를 통해 해당 장비를 KJCCS에 연결해 기밀 자료를 탈취하려는 목적이었다.
A씨는 또 앞선 지난 1월 북한 공작원 지령에 따라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한 뒤 가상의 인물 명의로 B씨에게 택배를 보냈다.
B씨는 이를 군부대 안으로 반입해 기밀 유출을 시도했다. 그는 화질이 좋지 않자 자신이 갖고 있던 대포폰으로 KJCCS 로그인 자료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북한 공작원은 A씨와 B씨가 서로의 역할을 알지 못하게끔 각자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를 보내 할 일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텔레그램의 대화 자동 삭제 기능을 활용해 대화 내용을 매일 삭제했다.
경찰은 지난 2월 3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부터 첩보를 입수,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같은 달 A씨 대상 통신영장을 집행하는 등 3차례 강제수사로 증거를 확보했다.
체포된 A, B씨는 처음 간첩 혐의를 부인하다 경찰이 증거를 내놓자 결국 해당 내용을 인정했다. 다만 추가 자백은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텔레그램 대화 속 북한 공작원의 말투 등을 통해 북한 사람이라고 짐작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인 북한 공작원에 대한 추적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상대방 신원이 명백하지 않지만 활동 내용으로 볼 때 (공작원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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