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학구열이 높은 지역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워킹맘입니다. 제가 직장을 다니는 탓도 있지만 주변 아이들에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여러 학원에 보내다 보니 어느새 다섯 군데나 보내고 있습니다. 학원을 줄여볼까 생각해봤지만, 아이가 힘들기는 하지만 그냥 다니겠다고 하고 저도 불안한 마음에 계속 보내게 됩니다. 학원, 이렇게 많이 보내도 되는 걸까요?
◆ 아이의 행복을 뺏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향하는 아이들 일상이 익숙해진 시대입니다.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논술에 코딩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하면 안 될 것 같은 걱정에 부모는 아이들의 지친 어깨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학원을 보내게 됩니다. 특히 학구열이 높은 지역에 사는 부모라면 주변 아이와의 비교로 인해 더욱 학원 보내기에 매달리게 되고 아이들 또한 힘들어 하면서도 학원을 향하게 됩니다.
학구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부모는 주변 아이들과 비교를 하게 됩니다.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내 아이가 뒤처질 것 같고 누구 아이가 어느 학원을 다녀서 영어 실력이 늘었다고 하면 그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늦은 시간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를 보며 안쓰럽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오늘 수업은 어땠는지 묻고 있는 것이 대부분 부모의 모습일 것입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핑계 속에 아이의 행복을 뺏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수학, 영어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아이가 행복할 것이라는 부모의 속단 아래 아이의 생각은 뒤로 한 채 학원으로 등 떠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아이들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명문대를 가고 좋은 직업을 갖게 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 저학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와 함께 하는 것'
초등학교 2학년 정도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학업적 성취가 아닐 것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우리 아이만 안 하면 뒤처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에 남들 보내는 학원을 하나도 빼지 않고 보내고는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도 부모의 뜻을 거스르기보다는 다른 친구들처럼 당연하다는 듯 학원을 향합니다.
정작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요. 맞벌이 부부이거나 워킹맘일 경우 아이와 놀아 줄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거기에 아이가 늦은 시간에 학원을 마치고 온다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갖기 힘들 것입니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원들이 지금 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한번 고민해 보세요. 10년 후의 대학 입시를 위해 벌써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학업적 성취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학업적 성취보다 필요한 것은 부모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부모의 따스한 관심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 아이들에겐 필요합니다.
◆ 내 아이의 행복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에 비례
아이가 관심을 갖고 더 많이 배워보기를 원한다면 학원에 다니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가 태권도 학원을 다니면서 땀을 흠뻑 흘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발차기 시범을 보인다면 아이는 분명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학교에서나 가서 배울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하고 부모도 어려워할 수학 문제를 학원 숙제로 끙끙거리고 있다면 그건 분명 아이의 행복이 아닐 것입니다.
교육학자 로버트 헤비거스트는 개인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 발달의 각 단계마다 반드시 성취해야 할 '발달 과업'이 있다고 했습니다. 7~12세 정도의 아동기 자녀가 성취해야 할 발달과업 중 하나가 바로 사회성의 발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사회성이 적절히 발달하지 않으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기적이고 고집 센 아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필요'가 아니라 '불안한 마음'에 의해 보내는 학원은 아이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 아이의 행복은 다른 아이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여러 학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에 비례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학업적 성취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부모가 아니라 발달 과업에 맞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게 어떨까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고민 들풀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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