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렵지요." 대구의 시행사와 분양 업체 관계자, 새 아파트를 사려는 시민 입에서 나오는 얘기가 같다. 이를 두고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많아지자 시행사는 새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고 분양 업체는 미분양 물량 탓에 전전긍긍한다"며 "새 아파트를 사려는 시민도 대출 규제에 발목이 잡혀 한숨만 쉴 뿐"이라고 했다.
'대프리카'는 대구의 별명 중 하나다.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성한 말이니 그만큼 덥다는 뜻이다. 5월이지만 대구는 벌써 여름 날씨다. 하지만 대구 주택 시장만큼은 여전히 춥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데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거래량이 주는 등 악재가 적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일단 대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 시장에 활기가 돌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구 주택 시장엔 찬바람만

지난 2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파동의 한 부동산 중개소. 드나드는 손님의 발걸음이 드물다는 게 이곳 대표의 하소연이다. 어쩌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이 있어도 실제 집을 사거나 전·월세로 입주하려는 게 아니다. 시장 분위기가 어떤지 물어보려고 들른 것일 뿐이다.
이 중개소 대표는 "대구 주택 시장 경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 미분양 물량이 많다 보니 매물은 있지만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집을 사거나 옮길 의향이 있는 이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말 뿐이다. 그만큼 거래 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얘기다"고 했다.
대구시가 파악한 주택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천827가구로 지난해 4월(897가구)보다 7배 이상 많다. 특히 지난해 12월(1천977가구) 이후 미분양 물량은 점점 더 늘고 있다.
거래 심리도 얼어붙었다. 2017년 아파트 청약률은 108대 1이었는데 계속 감소하더니 지난해는 3대 1로 떨어졌다. 심지어 올해 1~4월 평균 청약률은 0.6대 1로 미달 수준이다. 주택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대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2020년 12월 주택 거래량은 8천4가구였는데 올해 3월엔 1천457건으로 82%나 감소했다. 이른바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새로운 건설사업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대기업을 포함한 주택건설사업자들이 대구에서 사업 수주를 중단한 데다 금융권도 고개를 돌리는 상황. 부동산 개발 사업은 미래 수익을 보고 거액을 대출해주는 금융인 PF(Project Financing)를 발판 삼아 진행되는데 보증 업체들도 대구 지역 보증을 중단했다는 업계의 하소연이다.
지역 한 시행사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에 희망을 걸었던 주민들로선 언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지 종잡을 수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며 "새 정부가 시장 중심 정책을 펼친다면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던 것에 그나마 기대를 건다. 우선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해제해 막힌 거래 흐름에 물꼬를 터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시급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주택 분양이 과열되거나 과열될 우려가 있는 곳을 지정, 규제하는 게 조정대상지역. 대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2020년 12월 18일 이후 부동산 관련 규제가 강화되자 아파트 청약률이 떨어지고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로부터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정 해제가 된다면 다주택자 종합부동산 세율이 인하되고 중도금 대출 보증이 가구당 1건에서 2건으로 확대된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 가구주뿐 아니라 가구원도 주택 청약을 할 수 있게 되고 주택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신고 의무가 없어진다.
지표상으로도 대구는 이미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될 만하다. 주택 가격 상승률, 2개월 간 해당 지역 평균 청약률, 전년도 대비 3개월 간 분양권 거래량이 모두 지정 기준 이하(주택 보급률만 제외)다. 대구시가 이미 5차례나 국토교통부에 지정 해제를 건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할 경우 부동산 열기가 과열되는 풍선 효과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으나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지정 해제 후에도 여전히 광역시는 분양권 전매 제한 3년이란 규제가 남는다"며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와 대출 규제 건수 규제를 완화, 집을 구할 기회를 확대해주는 효과를 얻는 데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택 시장을 살리는 게 단순히 건설업계를 위한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경제 활동에서 건설업(부동산 중개업 제외)이 차지하는 비율은 6.2%(2020년 기준). 여기다 인테리어, 이사, 가구, 식기, 가전 등 각종 파생 산업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오환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은 "2~3년 뒤에는 지역건설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지역 경제가 더욱 악화할 우려가 크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길 바란다면 조정대상지역이란 족쇄부터 풀어줘야 한다"며 "공급 위주 정책을 펴야 하는 서울과 대구는 상황이 다르다. 부동산 정책도 차별화해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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