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장 후보가 쏘아올린 '軍부대 이전'…K-2 이전 보다 쉬울까

50사단·5군지사 서명 운동 중
K-2 군공항 이전 갈등 재연 조짐…20년 이상 진통 불가피
대구 도심에 미군 기지 등 11개 군부대 산재…시간 갈수록 이전 압박 거세
대구시 "이전 사업에 역량 집중할 행정 조직 필요"

25일 대구 수성구 육군 제2작전사령부 위병소의 모습.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군부대 이전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5일 대구 수성구 육군 제2작전사령부 위병소의 모습.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군부대 이전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부대 이전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군부대를 재배치하고 미군 부대를 이전해 서울 마곡·경기도 판교 같은 첨단 벤처타운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대구 도심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군부대는 미군 기지를 포함해 모두 10곳이 넘는다. 홍 후보는 이전 대상으로 ▷육군 제5군수지원사령부·육군 제2작전사령부·공군방공포병학교(수성구) ▷육군 제50보병사단(북구) ▷캠프 워커, 헨리·조지(남구)를 꼽았다.

그러나 이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군부대들을 모두 옮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94년 광주에 있던 군사교육시설인 상무대(尙武臺)가 전남 장성군으로 옮기면서 부대 터에 개발된 광주 상무지구 신도시 전경. 광주일보 제공

◆대구 도심에 자리 잡은 군부대, 왜?

대구 도심에 있는 군부대는 도시 개발과 함께 한차례 이전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전 요구에 따라 외곽으로 옮겼던 군부대들이 도시의 팽창과 함께 다시 도심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뜻하지 않게 주거지와 밀접하게 된 군부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 압박을 받고 있다.

육군 제50보병사단(이하 50사단)은 1955년 6월 강원도 화천군에서 창설됐다. 그해 8월 후방 지역 방어 임무를 받고 지금의 달서구 용산동 일대에 주둔했다. 현재 북구 국우동으로 옮긴 건 지난 1994년이다. 당시 용산지구 개발로 외곽지로 옮겼다가 칠곡지구 개발로 인해 또다시 이전이 논의되는 것이다.

육군 제2작전사령부(2작사)는 1954년 중구 대신동 계성학교에서 창설됐다. 1968년 12월 현 주둔지인 수성구 만촌동으로 이전했는데, 도시개발과 함께 도심 외곽으로 이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구 유일 화장장인 명복공원도 비슷한 시기인 1966년 남구 대명동에서 2작사 인근인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다.

수성구에 있는 나머지 군부대는 2작사의 영향으로 수성구에 주둔했다. 육군 제5군수지원사령부(이하 5군지사)는 1986년 10월 군수물자 보급을 위해 창설됐다.

제5군관구사령부가 있던 1971년부터 2작사와 차로 10분 거리인 수성구 가천동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를 관할하는 2작사 산하 부대에 군수물자 보급과 차량 정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주민들의 이전 요구, 실제 이전 사례는?

이전 요구가 구체화하고 있는 곳은 50사단과 5군지사다. 인근 주민들이 이전추진위를 꾸리고 서명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김정우 5군지사이전추진위 사무국장은 "선거운동 기간에는 현수막과 서명운동을 자제해달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현재는 중단했다"면서 "지난달 초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에 3만명 이상 참여했다. 선거가 끝나면 각 후보들의 이전 공약이 현실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군지사 이전은 지난 24일 열린 수성구청장 후보 토론회에서도 언급됐다.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군지사를 이전해 공연장과 공원을 짓겠다고 밝히자 김대권 국민의힘 후보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는 사업 특성 상 공연장과 공원으로 이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도심 군부대 이전은 선거철마다 주요 공약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2작사 이전을 두고 수성구청장 후보들이 설전을 벌였다.

당시 남칠우 더불어민주당 수성구청장 후보가 2작사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자 민주당 중앙당도 대구 도심 군부대 이전을 대구시 공약으로 채택하며 화답했다.

이에 대해 당시 김대권 자유한국당 수성구청장 후보가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비용분석 없는 공약은 주민을 현혹하는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 군부대 이전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국방개혁 2020'을 통해 도심에 있는 군부대를 대상으로 재배치 계획을 수립해 이전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에 있던 국군기무사령부가 2008년 경기도 과천으로 이전했고 2011년에는 경기도 성남에 있던 육군학생군사학교와 육군종합행정학교가 각각 충북 괴산과 영동으로 옮겼다.

사단급이 대규모로 이전한 사례는 지난 2014년 전북 전주에서 임실로 이전한 육군 35사단이 대표적이다.

지난 1994년 광주에 있던 군사교육시설인 상무대(尙武臺)가 전남 장성군으로 옮기면서 부대 터에 개발된 광주 상무지구 신도시 전경. 광주일보 제공

육군 39사단도 경남 창원에서 2015년 함안으로 옮겼다. 두 사업 모두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됐다. 서울에 있던 육군 특수전사령부도 지난 2016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경기도 이천으로 이전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4년 광주에 있던 상무대(尙武臺)가 전남 장성군으로 옮겨간 사례도 있다.

군부대가 떠난 자리에 개발된 신도시가 지금의 광주 상무지구로 광주시청과 각종 금융기관·기업체, 언론사 등이 자리잡고 있다.

◆군부대 이전 절차와 예상되는 진통

군부대 이전은 지자체가 새로운 부지에 부대를 지어주고 군이 기존 군부대를 지자체에 내놓는 기부 대 양여 방식과 국방부가 예산 등 관련 절차를 총괄하는 특별회계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별회계 방식은 국방부가 작전 상 이유, 군사시설 현대화 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해당된다. 주거단지 조성과 주민 민원에 따른 이전 사업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된다.

대구 군부대 이전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군부대 이전은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단국대 산학협력단 분쟁해결연구센터가 펴낸 '군 공항 이전 관련 갈등 해소 시나리오 분석과 정책제언 연구'에 따르면 1991년 전주시의회와 창원시의회가 각각 사단 이전 건의안을 제출하면서 추진된 35사단과 39사단 이전 사업은 실제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각각 23년, 24년 걸렸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종전부지 지자체와 이전부지 지자체의 협조와 갈등 ▷보상문제를 둘러싼 주민 반발 ▷이전에 반대하는 이전 지자체 주민들의 투쟁 등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다.

K-2 군 공항 이전 과정에서도 대구경북이 고스란히 겪었던 문제들이다. 이전을 둘러싼 후폭풍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연구진은 기부 대 양여 방식을 통한 사업이 원만히 진행되려면 무엇보다 담당 공무원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전 지자체 내에 유치를 위한 조직적 노력과 종전부지 개발에 대한 민주적 의견 형성과 결정, 보상문제의 원만한 해결, 국방부의 협조 등을 성공조건으로 꼽았다.

하지만 K-2 군 공항 이전 사업과 캠프워커 미군기지 반환 사업을 진행 중인 대구시가 다른 군부대 이전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대구시 관계자는 "운전면허시험장, 소년원 등 다른 이전 사업들도 많기 때문에 모든 걸 군부대에 집중할 수도 없다"며 "군부대가 이전하려면 이전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행정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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