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사이버전의 모든 것

박동휘 지음/ 플래닛미디어 펴냄

어나니머스가 지난 2월 자신들의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대상으로 사이버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어나니머스가 지난 2월 자신들의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대상으로 사이버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는 규탄 성명과 함께 러시아와의 사이버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이들의 막강한 사이버 공격이 시작됐다. 이들은 러시아 국방부 등 러시아 주요 정부기관과 언론사, 주요 기업 웹사이트를 먹통으로 만들거나 데이터를 유출했다. 또한 러시아에서 영업을 하는 일부 다국적 기업들에 철수할 것을 촉구하며 "영업을 이어간다면 해킹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한 12만 명의 신상이 담긴 정보를 유출했다며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어나니머스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하는 모든 군인은 전범 재판에 회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발칸 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로 불릴 만큼 민족간 갈등이 극심하다. 가장 최근에 이런 현상이 표면화된 것이 1999년 '코소보 전쟁'이었다. 유고 내에서 독립을 원하는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코소보 해방군을 조직하고 유고의 군과 경찰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이다.

전쟁이 터진 이후, 시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시시각각 알렸고 서로 자신들이 옮다며 인터넷 여론전을 펼쳤다. 이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해커들이 몰려와 전쟁에 참전한 미국과 NATO의 주요 웹사이트를 마비시키는 등 세계적인 사이버 전쟁으로 확전됐다. 이 전쟁이 현대 사이버 전쟁의 서막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제3차 세계대전은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재앙이 될 것이다. (중략) 핵심 네트워크가 파괴된 모든 국가는 곧바로 불능상태가 될 것이고,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성역은 없다." 2009년 하마둔 투레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사이버 공격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이버전 실태를 잘 아는 이들은 매우 드물다. 언론을 통해 사이버전과 관련된 기사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먼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싸움이라는 모호함, 군사와 안보 분야에 대한 지식 부족, 사이버전의 기술적 부분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 그리고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는 무관심 등이 그 이유이다.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 그는 2014년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에서 '국가들의 사이버전 전략'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사이버 보안 담당자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육군 사이버전연구센터의 연구원으로서 사이버전 사례들을 연구했다.

이 책은 앞서 소개한 것 외에 ▷하이브리드 전쟁의 대명사 러시아-조지아 전쟁 ▷미국의 선거판을 뒤흔든 러시아의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 해킹 ▷국가기반시설을 노린 북한의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중국의 사이버 홍위병 홍커 연맹 ▷중국이 사이버 공간에 만든 거대한 검열·감시 장벽인 '사이버 만리장성' ▷구글 등 미국의 거대 IT 기업들의 정보를 노린 중국의 오퍼레이션 오로라 등 다앙한 사례를 통해 사이버전을 분석하고 있다. 430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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