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손상웅(전몰군경유족회 군위군지회장) 씨의 아버지 고 손을모 씨, 어머니 고 김선이 씨

6·25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 미망인의 삶 살다 39세 떠난 어머니
12세 고아였던 저는 질곡의 세월 이겨내고 국가유공자 후손답게 살고 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셔져 있는 서울 국립현충원의 묘비에 선 아들 손상웅 씨. 가족 제공.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셔져 있는 서울 국립현충원의 묘비에 선 아들 손상웅 씨. 가족 제공.

손상웅 씨 어머니 고 김선이 씨의 생전 모습. 가족 제공.
손상웅 씨 어머니 고 김선이 씨의 생전 모습. 가족 제공.

호국보훈의 달 6월, 국가를 위해서 희생을 바치시는 분들을 추모하는 달에 나의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아버지, 누구에게나 가장 자연스럽고 정다운 말이지만 나에게는 평생 불러보지 못해,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고 그래서 가슴으로만 불러보는 말이기도 합니다.

얼굴조차 기억할수 없어서, 보고싶어 몸부림쳐도 꿈속에서조차도 볼 수 없는 나의 아버지…. 해마다 다가오는 이 6월은 아버지가 더욱 그립습니다.

1950년 공산침략을 받아,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위기에 빠져있을 6·25 한국전쟁때. 젊고 고운 아내와 그 뱃속에 핏덩이 자식을 남겨둔 채 조국을 지키겠다고 전장으로 지원할때만 하더라도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맹세와 희망은 있었겠지요.

전투중에 적의 총탄을 맞아, 생명이 꺼져갈 무렵에는, 그 엄청난 고통속에서도 '나는 이렇게 죽어도, 조국은 나의 남아있는 아내와 자식을 반드시 돌봐줄 것이다'라는 철석같은 믿음이 있었기에 눈 감으실 수 있었겠지요.

이제 나이 70이 훌쩍 넘은 이 자식이, 혼령이 되신 아버지에게 부질없는 고자질을 합니다. 당신의 시신은 이름모를 산하에 그대로 방치되어 산짐승들에게 유린되고, 비바람에 흩날리어, 수습할 수 없어 장례조차 치루지 못하였고 당신의 아내와 자식은 주린 배 움켜쥐고, 이 모진 세월앞에 비참하게 생활하다가, 27살의 꽃다운 나이에 미망인이 된 어머니는 모진 고생 끝에 병마가 그 몸을 덮쳐 39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하셨습니다.

게다가 12살된 이 자식은 혼자 고아가 되어 이 사회의 최 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져 불행한 성장기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던 조국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우리 가족을 보호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흘러온 70여 년,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아버님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10위권의 잘사는 나라, 선진국의 대열로 올라섰고 당신의 자식은 파란만장한 질곡의 세월을 이겨내고 극복하여 남부럽지 않은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어 자랑스러운 국가유공자 후손답게 잘 살고 있습니다.

보고싶고 그리운 아버지.

얼굴이라도 어렴풋이 떠오르거나, 아버지와 함께한 자그마한 추억하나도 없이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차디찬 돌에 새겨진 당신의 존함 석자, 그것이 전부이니 당신에 대한 그리움은 어디 기댈곳이 없이 막연하게 상상해 봅니다.

펄럭이는 태극기만 보면 아버지의 얼굴처럼 생각되고 국립묘지의 그 많은 꽃들은 늙은 자식을 반기는 아버지의 가슴처럼 느껴지다가도 6월의 장맛비는 아버지의 한 많은 눈물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전쟁도 이별도 없는 저 세상에서 이승에서 누려보지 못한 부부의 정을 마음껏 누리시고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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