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리 뒤덮은 선거 현수막 수천여 개…"재활용도, 폐기도 골치네"

철거와 폐기는 후보자 몫이지만…선거 끝나면 '나 몰라라'
민원 속출에 기초단체가 대신 철거 나서…
재활용도 어려운 합성수지 "후보자가 처리 비용 내게 해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 5월 19일 대구 주요 도로 곳곳에 대구시장 후보들의 현수막이 내결려 있다. 사진은 각 후보 현수막 촬영후 합성. 매일신문DB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 5월 19일 대구 주요 도로 곳곳에 대구시장 후보들의 현수막이 내결려 있다. 사진은 각 후보 현수막 촬영후 합성. 매일신문DB

6.1 지방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거리 곳곳에 여전히 걸려있는 선거 현수막은 골칫거리로 남았다.

민원을 우려한 대구시내 각 구·군이 부랴부랴 철거에 나섰지만 선거법 상 현수막은 후보자가 직접 떼도록 돼 있어 후보자들의 무책임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자들은 각 선거구 내 읍·면·동 개수의 2배 만큼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대구시내 전체 읍·면·동이 142곳인 점을 고려하면 대구시장 후보자 4명이 내걸 수 있는 현수막만 1천136장인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등 등록 후보자는 모두 241명이었다.

선거법 상 현수막은 후보자 본인이 선거일 후 지체없이 철거해 폐기토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 현수막 철거에 직접 나선 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각 구·군 관계자들은 "후보자들이 보통 현수막 제작 업체와 계약을 맺고 현수막 설치와 철거를 맡기지만 선거가 끝나도 상당 기간 동안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

현수막 철거 시한이 구체적이지 않고 '지체없이'로만 규정된 점도 현수막 철거에 손을 놓는 원인으로 꼽힌다.

선거 후에는 당선 사례와 낙선 인사를 담은 현수막까지 내걸리면서 현수막 난립은 더욱 심해진다. 선거법 상 당선 또는 낙선 인사 현수막은 선거 이후 최대 13일까지, 해당 선거구의 읍·면·동마다 1개씩 걸 수 있다.

현수막이 방치됐을 경우 대구시나 선관위는 철거 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 불편을 우려한 기초단체들이 자체 인력을 동원해 철거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달서구청 한 관계자는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고 일주일 이내에 철거하도록 기간을 두지만 후보자나 후보자로 위탁 받은 제작 업체들이 바로 철거하지 않는다. 거리를 뒤덮고 있는 현수막을 계속 놔둘 순 없어서 구청이 바로 작업에 나서는 편"이라고 말했다.

철거된 현수막도 처치가 곤란하다. 현수막은 재활용이 어려운 합성수지 재질인 데다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각 구·군은 철거한 현수막을 낙엽을 수거하는 자루나 장바구니 등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하거나 환경보전부담금처럼 후보자들에게 처리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이 같은 논의는 지자체나 각계 전문가보다는 유권자인 시민들이 직접 공론화하면 후보자들에 더 와 닿을 수 있다"면서 "대구가 섬유 도시인만큼 친환경 제품이나 재활용이 되는 현수막 원단을 만들어 선거 때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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