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금기어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2002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6월 4일 한국은 폴란드를 상대로 첫 승을 기록했다. 2014년 6월 4일에는 지방선거 투표가 실시됐다. 그것 말고는 중국과 달리 국내에서 이날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적이 없다.

그러나 중국 달력 속 이날은 깡그리 삭제됐다. 6월 4일은 물론이고 1989년 6월 4일은 중국에선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금기어'다. 5월 31일에서 4일을 보탠 신조어 '5월 35일'도 마찬가지다.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톈안먼(天安门) 사태'라고 불리는 시위대에 대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유혈 진압 사태가 벌어져 수천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한 비극이 벌어졌다.

33년 전 이날 새벽 중국 인민해방군은 탱크로 톈안먼 광장을 포위, 4월 15일 사망한 후야오방 전 총서기를 추모하면서 평화적으로 시위하고 있던 학생들을 '유혈 진압'한 것이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baidu.com)에서 6·4 톈안먼을 검색해도 톈안먼 사태는 전혀 찾을 수 없다. 잊힌 역사가 된 셈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올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톈안먼 주변에 대한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자금성 관광마저 중단시켰다. 중국식 코로나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 '칭링'(请零)을 핑계 대기도 하지만 톈안먼 주변 통제와 봉쇄는 순전히 톈안먼 사태에 대한 추모를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는 중국공산당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톈안먼'은 중국 정부와 중국을 통치하는 중국공산당이 지우고 싶지만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와도 같은 아픈 기억이다.

6·4의 기억을 끄집어내거나 추모할 경우 누구나 구금되거나 국가 전복 혐의로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것은 여전히 장쩌민 전 주석 등 톈안먼 사태의 주역들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홍콩에서도 6·4 추모 집회가 열리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1인 추모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라도 6·4를 잊어버리지 말자. 광주 5·18과 더불어 민주화를 외쳤던 6·4 텐안먼 사태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6·4를 '육포(肉包)데이'라 칭하는 일부 마케팅은 중국 민주화운동에 대한 무지를 넘어선 모욕일 수도 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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