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참변 면한 변호사·사무국장 "용의자와 통화…험악한 말 없었다"

대구 방화사건 피해 변호사 "1심 이후 한 차례 전화…얼굴도 몰랐다"
황망할 따름… 다시는 이런 사건 없도록 재발방지책 마련해야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 감식반이 현장에 투입됐다. 연합뉴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 감식반이 현장에 투입됐다. 연합뉴스

9일 발생한 대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으로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이 숨진 가운데 용의자 상대방 측 A 변호사는 범행 조짐이 없었다고 밝혔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 사고 소식 어떻게 접했나

▶포항에서 재판을 마치고 11시 40분쯤 사무실에서 불이 났다는 수성경찰서 형사 전화를 받았다. 재판이 끝나고 사무실에 의논할 일이 있어 전화했더니 연결이 안 됐는데 불이 나서 연락이 안 됐다고 생각했다. 큰불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대구로 오는 길 휴게소에서 사상자가 있다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경찰에서 방화사건인데 원한 있는 사람이 없냐고 묻길래 전혀 안 떠오른다고 답했다.

- 용의자랑은 마주친 적 있나

▶법정에서 만난 게 다다. 다만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거의 빠짐 없이 왔던 걸로 기억한다. 직접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 돌이켜 보면 가슴 깊이 뭔가 꼬인 감정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 사무실에 연락하거나 찾아온 적은

▶1심 판결이 나온 이후에 전화가 온 걸로 기억한다. 6개월이 훨씬 지난 일이다. 사무실 여직원이 처음에 통화하다 사무장이 전화를 넘겨받았다. 용의자가 따지고, 이쪽에서는 달래는 상황이었지만 통화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 이후로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찾아온 적은 더더욱 없다. 우리 직원들은 그 사람 얼굴도 모른다.

- 현재 심정은

▶같은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이렇게 참변을 당했는데 무슨 말을 하겠나. 어젯밤도 뜬눈으로 지새웠다.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용의자가 앙심을 품은 것으로 보이는데

▶변호사 업계가 어렵다. 특히 지역은 더 그렇다. 소송 당사자들이 변호사를 대하는 모습이 과거와 아주 달라서 봉변을 당하는 상황도 생긴다. 생업으로 어려운 일은 감수해야 하지만 변호사를 통해 국민들이 적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면 안 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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