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2024년 총선과 네이버

아웃링크 개편, 정치셈법은 '아웃'시켜야
실검·감정 다음엔 또 뭘 없애자 할 건가

네이버 추천 스티커. 네이버 캡처
네이버 추천 스티커. 네이버 캡처
최창희 디지털국 부국장
최창희 디지털국 부국장

최근 "네이버 뉴스 보는 재미가 사라졌다"는 푸념이 늘고 있다. 기사에 달렸던 '좋아요' '화나요' '슬퍼요' 등 감정 버튼이 없어진 후부터다. 그동안 네이버 뉴스에는 '좋아요' '슬퍼요' '화나요' 등 기사를 읽고 느낀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콘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개편으로 '쏠쏠정보' '흥미진진' '공감백배' '분석탁월' 등으로 바뀌었다. 온라인상에는 '감정 표현도 막아 버렸다' '정치권 눈치 보고 없앴나?'는 불만이 가득하다.

하긴 며칠 전 포털을 달군 변호사 사무실 방화·국민 MC 송해 선생의 별세 기사에도 '화나요' '슬퍼요' 대신 '쏠쏠정보'나 '흥미진진' 등을 눌러야 하는 처지에서는 당연한 불만일 것이다. '화가 나도 슬퍼도' 표현을 못 하니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이었을 게다. 포털 뉴스가 댓글과 감정 버튼 등을 통해 분노와 갈등을 부추긴다는 우려에 공감한다. 그럼에도, 독자에게 뉴스에 대해 좋은 감정만 느끼라는 강요 같아 씁쓰름하다.

지난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전면 중단할 때도 그랬다. 재난이나 속보 등 빠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공유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사안이 무엇인지 보여줘 여론을 조성하는 순기능을 해왔다.

공교롭게도 실검과 감정 버튼 폐지는 모두 선거를 앞두고 전격 단행됐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실검을 없앤 데 이어 감정 버튼 역시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사라졌다. 정치권 눈치 보느라 부정적 여론을 감추려는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2024년 총선이 벌써 걱정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웬일인지 여야 모두 '아웃 링크'(사용자가 검색을 통해 찾은 기사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를 골자로 한 포털 뉴스 서비스의 전면 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댓글 조작 등을 방지하는 등 뉴스 시장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포털을 규제해 건전한 언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이어서 예상보다 빨리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4년 총선을 한 달쯤 앞두고 전면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자의 추측이지만 말이다.

현재 이곳저곳에서 개편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의 경험에서 드러난 '아웃 링크'의 부작용과 현재 더 상업화된 포털 언론 환경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비난도 거세다. 기존 구독자를 확보한 대형 언론사만이 살아남고 지역 언론, 전문 매체 등 군소 언론은 쇠락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국회·정부 등 정치권이 포털 뉴스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언론·포털·이용자 등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해 자율적으로 이용자 우선 중심의 서비스 방식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캐리비안에서 활동하는 잭 스패로우. 행색은 지저분하며 상스럽고 비겁한 술수도 가리지 않으나 조타기를 잡는 순간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선장으로 변신한다. 피터팬의 맞수 후크 선장, 보물섬의 악당 존 실버도 팔과 다리가 없어도 조타기만 잡으면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네이버라고 다를까. 실검과 감정 버튼이 팔다리라면 편집권 보장은 조타기다. 정치가 자꾸 조타기를 빼앗으려 들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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