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 경제단체장-새 정부와 대구시에 묻는다] <4>이정곤 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

“물산업, 대구·국가 차세대 먹거리…지속적 지원으로 동력 확보해야”
“물클사업단과 물기술인증원 통합해 물산업진흥원 설립해야”
“경쟁력 강화·클러스터 활성화 위해 지역 외 기업 유입 문턱 낮춰야”

이정곤 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 채원영 기자
이정곤 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 채원영 기자

매일신문은 대구경북 경제단체가 새 대통령, 새 대구시장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며 앞으로 펼쳐질 지역경제를 전망한다. 네 번째 순서는 이정곤 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그린텍 대표)이다.

물산업은 대구시가 그간 5대 신산업 중 하나로 키워온 분야다. 가장 굵직한 성과는 달성군 대구국가산단에 유치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이하 물클)와 물기술인증원 유치다. 대구 물산업은 이제 태동기를 거쳐 도약해야 할 시기다. 재편된 중앙-지방정부 체제에서 지역 물기업의 계획과 바람을 들었다.

-최근 근황이 어떻게 되나?

▶지난해 7월부터 협의회장직을 맡아 잔여임기를 끝냈고, 올해 2월에 2년 임기를 다시 시작했다. 월례회를 하면서 입주기업협의회의와 탄소중립에 관한 신기술 발표회를 격월로 진행한다. 협의회 주관 행사임에도 전국의 물기업이 참가하며 열기가 뜨겁다. 대표로 있는 그린텍의 경우에는 국내 물 관련 기계 분야 중 펌프를 전문으로 생산한다. 규모 면에서는 중소기업 중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물클 현황이 어떻게 되나?

▶현재 물클에는 공장 38개와 연구시설 103개 등 141개 기업이 있다. 입주기업이 열심히 노력해서 지난 2020년에는 100억원 이상 매출 기업이 6개사가 됐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6개사로 늘었다. 한국환경공단과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감사드린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는데, 새 정부에 전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가?

▶물산업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넘어서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라고 꾸준히 홍보한 지가 꽤 됐다. 2013년 무렵부터 대구가 물산업 중심지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기업이 더 늘어야 하고 연구개발 지원이 더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속적인 지원이 있다면 물산업이 지역을 넘어 국가의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과 물기술인증원의 통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업단의 역할은 대구시와 협력해 물기업의 기술개발에서부터 실적 확보, 사업화, 해외 진출 등 기업 육성을 지원한다. 운영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담당한다. 그런데 물기술 인·검증을 지원하는 환경부 산하 인증원은 운영이 사업단과 분리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두 역할을 통합한 단일화된 기관이 필요하다. 또 직원들이 전국 단위의 한 부서로 운영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위탁 운영으로는 노하우 축적에도 어려움이 있고 정책적인 일관성도 떨어진다. 통합된 물산업진흥원이 설립돼야 일관성 있고 효율적인 물산업 육성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일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나?

▶기본적으로 환경공단은 관리하고 규제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공단이 운영하는 물클사업단의 역할은 기업육성과 지원이니 성격부터가 순치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도 사업단과 인증원이 분리돼 한 번이면 될 일을 두 번 하는 경우가 생긴다.

-통합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

▶물산업진흥법이 먼저 개정돼야 한다. 국회든 정부든 누구는 해야 하는 일이다. 통합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절차는 아니지만, 대구시의 경우에는 물에너지산업과를 분리해 전문성을 키웠으면 좋겠다. 물과 에너지가 함께 있다 보니 아무래도 힘이 분산되는 측면이 있다.

이정곤 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 채원영 기자
이정곤 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 채원영 기자

-지금 대구 물기업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력수급과 정주여건 향상이다. 이것은 대구국가산단의 공통 문제다. 직원을 구하려면 근처에 아파트와 생활 인프라가 우수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 사람이 와도 지낼 곳이 없고 출퇴근은 멀다. 국가산단 입주기업을 위한 근로자 아파트 같은 것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 회사가 각자 주택과 교통을 지원하면서 버티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새 대구시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물산업은 대구가 확실히 주도권을 쥐고 있다. 예상보다 성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산업이다. 물산업을 대구의 역점산업으로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대구시는 물기업 지원기관이기도 하면서 산하의 상수도본부, 대구환경공 등은 수요기관(발주처)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관심을 둬야 할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특히 물산업진흥원으로의 통합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세계 물시장에서 지역 물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으면 한다.

-홍준표 당선인이 후보 시절 물클을 찾았는데 어떤 얘기를 나눴나?

▶원수(原水·가공되기 전 자연 그대로의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국에서 강물을 원수로 쓰는 곳은 낙동강 수계밖에 없다. 강물은 바닷물과 다르게 각종 오염물질이 섞이다 보니 고도처리를 해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좋은 원수를 확보해 지역민이 좋은 물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홍 당선인의 말씀이었다. 강물을 고도처리하는 비용을 줄여 국가나 시 차원에서 좋은 원수를 확보하는 데 쓰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홍 당선인이 '중수도 도입'을 강조했는데 어떤 생각인가?

▶중수도 도입은 쉽게 얘기하면 먹는물과 생활용수를 따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중수도로 쓰는 물은 1차 정수만 해서 보내고 먹는물은 더 정제해 효율적으로 물을 쓰자는 얘기다. 예를 들면 아파트에 수도관을 두 개를 둬서 하나는 먹는물, 하나는 수돗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같은 국가는 한 건물에 수도관 5개를 두기도 한다. 중수도를 도입하면 처리비용과 원가가 상당히 줄어든다. 다만 중수도를 도입하는 데는 상당한 초기비용과 시간이 드는 만큼 국가차원에서 기획·추진이 필요해 보인다.

-물클 활성화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역 이외의 물기업이 보다 쉽게 클러스터에 와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역외기업이 클러스터로 오려면 본사를 옮겨야 지역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수십 년 하다 당장 옮긴다는 것이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기업이 전문성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영역을 넓혀 사업을 독식하는 경우가 나온다. 물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해서도 역외기업 유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

-앞으로 지역과 국가에 물산업 발전이 왜 중요한가?

▶글로벌 물시장은 매년 4% 넘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물산업은 대부분 내수 위주이고 수출 비중은 4%밖에 안 된다. 물기업이 성장하려면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내수에 안주하는 기업들이 해외로 가서 경쟁해야 한다. 대구를 거점으로 물기업의 해외진출을 연계하고 원천 핵심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 세계 물기업과 견줄 수 있다. 물산업은 대구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 신산업으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국가주도의 강력한 물산업 지원정책을 통해 실효성 있는 해외진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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