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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시민단체 탈팡 운동에도…고객 '2470만명' 원상 회복, "고물가에 돌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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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확산했던 이른바 '탈팡' 운동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활성 고객 수가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의 탈퇴 독려와 시민단체 캠페인이 이어졌지만, 고물가 속에서 무료 로켓배송과 반품·환불 서비스, 최저가 정책 등을 앞세운 쿠팡으로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실적 지표도 반등했다.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가 5일(한국시간)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 따르면 회사는 88억5600만달러(약 13조30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13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 매출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4분기 12조8103억원에서 올해 1분기 12조4597억원으로 2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활성 고객 수(분기에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도 같은 기간 2460만명에서 2390만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올해 2분기에는 매출과 활성 고객 수가 모두 증가세로 돌아섰다.

거랍 아난드 쿠팡In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에서 "활성 고객 수는 247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고, 직전 1분기보다도 늘었다"며 "복귀 고객과 신규 고객 유입에 힘입어 추세가 반전됐다"고 밝혔다. 2470만명은 지난해 3분기 쿠팡이 기록했던 역대 최대 활성 고객 수와 같은 수준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도 이날 "차질을 빚었던 고객 지출이 이전처럼 회복해 성장하고 있다"며 "신규 고객 유입과 함께 와우 멤버십 회원 수도 개인정보 사고 발생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몇 달간 이탈해 다른 곳에 정착했던 고객들이 쿠팡으로 복귀해 지출을 늘리고 있으며 아직 복귀하지 않은 고객들의 재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실적은 사업 경쟁력 악화라기보다 과징금과 사고 후속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며 "잇따른 악재에도 활성 고객이 증가했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서비스 가치를 계속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10곳이 넘는 정부 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공세도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탈퇴 인증샷'을 게시했고, 지난해 12월 열린 쿠팡 청문회에서는 "쿠팡을 네이버나 SSG닷컴, 마켓컬리 등 국내 업체가 대체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한국 정부를 우습게 보고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에 쿠팡의 대체재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쿠팡 탈퇴 방법을 파워포인트 자료로 안내하거나 개인 SNS를 통해 대체 플랫폼을 소개하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에 탈퇴 절차 간소화를 요구했고, 쿠팡은 설문조사 단계를 줄이는 등 와우 멤버십 해지 절차를 개선했다. 시민단체인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과 참여연대 등도 쿠팡 탈퇴 캠페인을 이어갔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주도했던 탈팡 운동이 소비자 행동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들이 가격 경쟁력과 배송 서비스를 중시하면서 쿠팡의 서비스 이용을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영향으로 2분기 영업손실 8350억원(5억5600만달러)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2021년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다.

다만 과징금을 제외하더라도 쿠팡은 2분기 약 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난드 CFO는 "고객 재유치를 가속화하기 위해 확대했던 프로모션 활동이 손실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6247억원의 과징금을 제외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억4600만달러(약 2192억원), 1억6000만달러(약 2403억원)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탈한 고객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필수 식품군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하고 소비 쿠폰을 확대하는 등 고물가에 대응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고 말했다.

실제 쿠팡은 올해 초 자체브랜드(PB) 생리대를 개당 99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비롯해 4000개 이상의 상품을 대상으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계란값이 급등했던 시기에는 30구 한 판을 7900원대에 판매해 품절이 이어졌고, '99특가' 코너를 통해 인기 먹거리를 9900원 균일가에 선보였다. 보양식과 가공식품, 정육 등도 금액대별 즉시 할인 혜택을 확대했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쿠팡이츠는 지난 5월부터 회원을 대상으로 배달비 0원 프로모션을 실시했으며, 와우 멤버십 탈퇴 고객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웰컴 쿠폰도 제공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료 로켓배송과 무료 반품·환불 정책, 인구감소지역을 포함한 지방 무료 새벽배송 등 다른 쇼핑몰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가 고객 복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팡 사태 이후 다른 기업과 기관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랐지만 대응 수준에는 차이가 있었다는 점도 소비자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쿠팡은 연쇄 청문회와 정부 조사, 대규모 과징금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발생한 일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상대적으로 대응 강도가 낮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산 정보나 혈액형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기업 사례와 정부 부처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비교할 때, 매출 규모가 큰 사업자에게는 수익성과 개인정보 민감성 여부와 관계없이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되는 현행 제도의 형평성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제도가 손해나 이득과 무관하게 사업자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제재의 실질적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쿠팡에 대한 처분이 특정 기업에 과도한 처분이었는지,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무관한 행위까지 일괄적으로 포함한 제재가 이뤄진 것인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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