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산업들을 발굴하고 대학과 지방정부가 힘을 모아 육성해야 합니다. 중앙정부를 설득해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도시 산업전환의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스웨덴 말뫼(Malmö)시의 부시장이 대구를 찾아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산업전환 측면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대구시에 대해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말뫼시는 스웨덴 서남쪽 끝에 위치한 인구 30만여명 규모의 제3의 도시다. 2002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대형크레인을 팔아치우고 시민들이 해체 과정을 지켜 본 '말뫼의 눈물'은 조선업 몰락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국가 내 제3의 도시 위상을 가진 점, 과거 섬유산업이 흥했다가 인근 신생공업국의 부상으로 쇠퇴한 점, 자동차산업을 대안으로 삼으려다 기업 사정으로 공장이 폐쇄되며 위기를 가속화한 점까지도 대구와 '붕어빵'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소프트웨어(SW) 등 스타트업,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지식기반산업으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차이가 있다면 말뫼는 성공에 가까워졌고, 대구시는 이제 본격적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 정도다.
쇤스트룸 부시장은 말뫼시 성공의 비결을 대학과 교통 인프라 확충에서 찾았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가장 큰 축이 됐던 것은 대학이다. 옛 조선소 부지에 들어선 말뫼대학교는 중앙정부의 투자를 유치해 1998년 개교했다. 2만4천명의 학생들이 수학중으로 현재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다.
쇤스트룸 부시장은 "교육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매력적인 대학의 존재로 스웨덴 각지에서 학생들이 몰려들고 이들 중 상당수가 말뫼에 남아 취업하는 등 노동시장과 교육시장의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제조업 분야의 빈자리는 대학을 구심점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대체했다.
말뫼 시민 상당수는 지식산업분야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게임팬들에게 잘 알려진 '어쌔신 크리드', '파크라이' 등을 내고 영화 아바타'의 게임 버전을 제작 중인 '매시브 엔터테인먼트' 사가 대표적이다.
과거 제조업의 도시였던 말뫼시는 현재 인구의 7%만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스웨덴 전체 평균 제조업 종사자가 13%인 것을 감안하면 의미가 크다.
양질의 젊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창업활동 역시 활발하다. 쇤스트룸 부시장은 "말뫼에서만 매일 8개의 새로운 회사가 생긴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1999년과 비교해 고용주(사업체) 숫자는 51% 증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앙정부와 연계한 교통분야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스웨덴과 덴마크를 잇는 길이 7.8㎞의 외레순(Oresund) 다리가 2000년에 개통했다. 다리를 짓기 전 배로 2시간이 걸리던 덴마크 코펜하겐은 이제 '옆동네'가 됐다. 도시는 북유럽 지역 최대 규모의 노동시장과 연결되면서 활기를 찾았다.
쇤스트룸 부시장은 "스웨덴의 수출입 상당부분이 철도나 트럭을 통해 외레순 다리를 건넌다. 스웨덴 정부에서는 이 다리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10억 크로네를 대출해줬고, 다리사용자들의 통행료를 통해 수년 전 모두 변제가 끝났다. 이제 통행료는 도시의 새로운 수입원"이라고 했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해서는 말뫼시와 대구의 여건이 다르지만 우수한 정주여건을 갖추면 전환의 시점이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쇤스트룸 부시장은 "스웨덴의 경우 대도시의 높은 집값 때문에 중소도시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그 시점까지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게 도시 생존을 위한 핵심과제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지역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중앙정부 설득 노력도 강조했다. 외레순 다리만 하더라도 스웨덴 북부를 비롯해 중앙정치 무대에서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역이 똘똘 뭉쳐 설득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쇤스트룸 부시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화두가 되는 21세기에는 지방 정부간 교류협력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며 "대구와도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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