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문사회학은 미래 산업의 근간…관행 벗어나 융합연구로 경쟁력 확보”

유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 "미래 산업에서 인문사회 역량이 핵심"
유 원장 "극소학위 등 융복합학문 관련 기회 늘려 학생 경쟁력 높여야"
홍원화 경북대 총장 "이공계와 비교해 지나치게 적은 국가 연구 지원"
홍 총장 "여러 전공 섭렵한 ‘복수형 인재’ 육성…철학과 윤리 뒷받침 필수"

유철균 제12대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사진 왼쪽), 홍원화 경북대 총장
유철균 제12대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사진 왼쪽), 홍원화 경북대 총장

인문사회 학문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래 산업에서 인문사회 지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며, 대학 내 전공 간 융합연구를 통해 역량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유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에 인문사회학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인문학 전공자가 많다. 이공계 지식은 수명이 짧다. 반면 사회와 문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상상력을 발휘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내는 능력은 인문학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대학 내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나노디그리(Nanodegree), 즉 극소학위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3개월, 6개월, 1년 등 짧은 시간 내에 과정을 마칠 수 있는 학위다. 기존의 학부 4년, 석사 2년이라 개념을 뛰어넘는 학위다.

유 원장은 "인문사회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인문사회학을 로봇, 미래 자동차, 수소, 소형모듈원전, 에너지 등과 연결하는 융복합학문 관련 극소학위 기회가 많아진다면, 인문사회 학과들을 폐지하지 않고도 학생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홍원화 경북대 총장도 심해지는 이과 쏠림 현상 속에서 인문사회학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 총장은 "취업 경쟁력이라는 '단기적인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며 "기초학문의 역할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에서도 인문사회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반도체 인재 육성 계획을 밝히는 등 이공계 학과 지원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인문사회 분야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홍 총장은 인문사회가 홀대받는 하나의 지표로 국가 연구비 지원을 들었다.

한국연구재단의 2019년 기준 연구 지원 통계를 보면, 인문사회 연구개발에 2천666억원(6천655건)이 투입된 것과 비교해 이공계 연구개발에는 3조5천954억원(2만5천200건)이 지원됐다. 10배가 넘는 금액 차이다.

홍 총장은 해법으로 "학문 간 융합으로 키워진 '복수형 인재'를 시대가 요구하기에 복수전공 활성화 등으로 인문사회와 이공계가 만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올해 문을 연 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이다. 입학생의 전공을 보면, 전자공학과 통계학, 컴퓨터학 등 이공계뿐만 아니라 국어국문학, 철학, 심리학, 신문방송학 등 인문사회 분야도 다수 포함돼 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인문사회학에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가 됐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문사회 지식이 중요해진다"며 "철학과 윤리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과학발전은 사상누각이기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문사회 학문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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