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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이준석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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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8월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8월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소속 1천500여 명이 비슷한 취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같은 시각, 같은 법정에서 함께 심문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황희진 디지털국 기자
황희진 디지털국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31일 페이스북에 "당원이 주인인 민주당의 권리당원으로 가입해 함께 세상을 바꿔주세요"라고 적곤 당 홈페이지 링크를 들이밀었다.

어디서 많이 본 수법(?)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잊을 만하면 "당원 가입하기 좋은 ○요일"이라고 페이스북에 적곤 당원 가입 온라인 링크를 내미는 게 떠오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SNS로 저러는 국민의힘 정치인은 이준석 전 대표 말곤 본 적이 없어서다.

다른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페이스북에서 활동이 뜸하단 얘긴 아니다. 국회에서 한 일, 다음 의정·지역구 일정, 출연한 방송 유튜브 동영상 같은 걸 열심히 올린다.

그런데 최근 들어 꽤 자주 보이는 페이스북 글 소재가 있다. '이준석'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데 이어 당 대표 자동 해임을 가리키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자 이에 반발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즈음부터 부쩍 늘었다.

페이스북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와 직접 설전을 벌이는 걸 넘어, 이준석 전 대표를 주제로 3자들끼리 갑론을박을 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장외에 있거나 아예 해외로 떠났다 돌아온 기성 정치인들도 이준석 전 대표를 거론하며 대중에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는가 하면, 신인 정치인들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공세 대 옹호 구도로 자기 체급을 키우는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한 정치인의 경우 8월 한 달간 페이스북에 쓴 글 36건 중 11건(30%)에서 이준석 전 대표 및 관련 논란을 다뤘다. 소속 지자체 업무 관련 글(16건, 44%) 다음으로 많이 썼다.

'이준석 얘기' 없이는 상당수 정치인의 페이스북이 돌아가지 않는 이런 와중에 정치인들이 듣고 또 하는 얘기가 있다.

SNS로 하는 정쟁보다 민생이 우선이라는 것. 이 싸움을 멈춰야 민생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이상한 말이다. SNS로 정쟁을 하면서 국회에서 민생도 챙기면 안 될까? 치고받고 싸우는 동시에 민생에도 집중하면 안 될까? 둘 다 치열하게 잘 좀 하면 안 될까?

최근 '가처분 사태' 때문에 국회의원직을 잃거나 정지 먹은 것도 아닌데 왜 민생을 못 챙긴다는 것인지. 컨디션 조절 잘해야 하는 고3 수능 수험생도 아닌데, 모두 다 큰 성인이니 잠 좀 덜 자고 민생 현안 먼저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연찬회 하고 의원총회 하고 그러고 시간 남으면 페이스북 접속하면 될 텐데.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고, 정치인 걱정도 매한가지다. 만일 죄가 있다면, 꼭 엄벌 받기를.

이와 별개로, 나머지 사람들은 할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기성 정치란 원래 그런 건가도 싶지만,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8월 31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들 앞에서 어떻게 저렇게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싸울 수 있는지 놀랍다. 정치를 왜 하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물론 일부 국민은 대선도 지선도 끝난 판에 불거진 대규모 정쟁이 여느 대하 드라마나 격투기 중계보다 흥미진진해, 또는 화가 나 뉴스 댓글난에 의견·소감 남기고 '좋아요' '싫어요' 누르며 몰두하실 것이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물가며 금리며 환율이며 연일 뉴스가 무섭다.

이준석 전 대표가 어쩌고저쩌고 페이스북으로는 말 참 많이 하면서, 뽑아준 국민 생각은 왜들 그리 안 해주나? 이준석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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