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 신경을 흥분시켜 식욕을 떨어뜨리는 '마약성 식욕억제제'가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 정부 지침을 준수해야 할 병원 의사들이 마구잡이 처방을 통해 약물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방문한 대구 수성구의 한 내과. 의사에게 다이어트용으로 식욕억제제를 받으러 왔다고 하자 특별한 절차 없이 1분 만에 2개월 분량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았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약국 가서 약 수령하고, 하루에 한 알 정도만 드시면 된다"고 복용 방법을 설명했다.
식욕억제제는 마약류 중 하나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중추신경(뇌) 흥분제로, 식욕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 사용 기준'에 따라 비만치료 목적으로만 처방할 수 있다. 체질량 지수(BMI) 검사 결과 30 이상인 비만환자에게 4주 이내로만 단기 처방해야한다.
하지만 대구·경산 10곳의 병원에 문의한 결과, 단 한 곳에서만 BMI검사 결과에 따라 식욕억제제 처방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병원에서는 간단한 상담 후 바로 처방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취재진은 이날 하루 동안 3곳의 병원에서 BMI 검사 없이 5개월 치 분량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한 병원은 "며칠 분량까지 처방이 가능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2주, 4주, 8주치 중 원하는 대로 처방해주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식욕억제제 오·남용이 수면 장애, 우울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6개월간 식욕억제제를 복용했다는 A씨는 "잠이 잘 오지 않았고, 평상시 피로감이 많이 느껴졌다"며 "식욕억제의 효과도 있었고 살도 빠졌지만, 건강한 다이어트를 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복용자 B씨는 "1개월치를 처방받고 식욕억제제를 먹던 중에 열흘쯤 지나자 수면장애와 소화불량이 있는 것 같아 바로 약을 끊었다"고 털어놨다.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 본부장 겸 약사는 "식욕억제제는 마약류가 그러하듯 수면장애, 손 떨림, 피로감 등 가벼운 부작용이 올 수 있다"며 "우울증, 환각, 환청 같은 심각한 부작용도 수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응석 영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식욕억제제는 다양한 부작용과 함께 중독 증세도 나타날 수 있다. 병·의원 전문가와의 충분한 절차와 상담을 거치고 처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규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의사들의 올바른 진료와 처방을 하기 위해서 자정노력을 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에서 시행하는 전문가평가제도를 활용해서 약물 오남용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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