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수유역 인근 금연 구역에서 단속에 나섰던 중년 남성 공무원이 젊은 여성 흡연자에게 발길질 등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영상에서 남성 공무원은 "그만하라"고 외치지만 여성의 폭력 강도는 더 세졌다. 영상을 본 이들은 폭력을 휘두른 여성의 분노만큼 격분했다. 어린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을 때렸다는 것도 서글펐지만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세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권력을 쥔 쪽이 강자라는 단순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다. 나의 권리를 외치려 남의 권리를 짓밟는 작태가 횡행한다. 이주 보상비가 적다며 인근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무시한 대구 서구청 앞 장송곡, 아침 출근 시간대 직장인들의 공포가 된 장애인 이동권 요구 지하철 시위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권리의 충돌은 숱하다. 놀 권리와 쉴 권리의 충돌은 층간 소음으로 울리고, 생존권과 학습권의 마찰음은 확성기 볼륨으로 증폭된다. 이 경우 공권력의 중재를 기다려야 한다. 수유역 사건도 맑은 공기를 마시려는 권리와 담배를 피우려는 권리가 상충하면서 등장한 공권력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공권력마저 무시되면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질서가 무너진다. 약육강식의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다. 그 속에서 인권을 비롯한 인간의 기본 권리를 외치기란 어렵다. 법을 어긴 이들이 두려워해야 하는 게 공권력임에도 적반하장식 기괴한 태도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주민 두 명이 낫을 들고 싸운다는 신고를 받았는데 근무자가 나밖에 없었어. 나도 파출소 발령받은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겁이 나더라고. 곤봉 하나 겨우 차고 덜덜 떨면서 현장에 갔지. 그런데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두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낫을 바닥에 놓고는 무릎을 턱 꿇더라고. 이게 공권력이구나 싶더라고."
1960년대 순경으로 시골 파출소를 첫 임지로 받은 한 퇴직 경찰관의 이야기다. 주민들이 경찰관 앞에 무릎을 꿇은 건 굴욕이 아니다. 인권 의식이 빈약했거나 법에 무지해서 그런 건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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