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우리들의 공권력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서울 지하철 수유역 인근 금연 구역에서 단속에 나섰던 중년 남성 공무원이 젊은 여성 흡연자에게 발길질 등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영상에서 남성 공무원은 "그만하라"고 외치지만 여성의 폭력 강도는 더 세졌다. 영상을 본 이들은 폭력을 휘두른 여성의 분노만큼 격분했다. 어린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을 때렸다는 것도 서글펐지만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세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권력을 쥔 쪽이 강자라는 단순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다. 나의 권리를 외치려 남의 권리를 짓밟는 작태가 횡행한다. 이주 보상비가 적다며 인근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무시한 대구 서구청 앞 장송곡, 아침 출근 시간대 직장인들의 공포가 된 장애인 이동권 요구 지하철 시위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권리의 충돌은 숱하다. 놀 권리와 쉴 권리의 충돌은 층간 소음으로 울리고, 생존권과 학습권의 마찰음은 확성기 볼륨으로 증폭된다. 이 경우 공권력의 중재를 기다려야 한다. 수유역 사건도 맑은 공기를 마시려는 권리와 담배를 피우려는 권리가 상충하면서 등장한 공권력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공권력마저 무시되면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질서가 무너진다. 약육강식의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다. 그 속에서 인권을 비롯한 인간의 기본 권리를 외치기란 어렵다. 법을 어긴 이들이 두려워해야 하는 게 공권력임에도 적반하장식 기괴한 태도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주민 두 명이 낫을 들고 싸운다는 신고를 받았는데 근무자가 나밖에 없었어. 나도 파출소 발령받은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겁이 나더라고. 곤봉 하나 겨우 차고 덜덜 떨면서 현장에 갔지. 그런데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두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낫을 바닥에 놓고는 무릎을 턱 꿇더라고. 이게 공권력이구나 싶더라고."

1960년대 순경으로 시골 파출소를 첫 임지로 받은 한 퇴직 경찰관의 이야기다. 주민들이 경찰관 앞에 무릎을 꿇은 건 굴욕이 아니다. 인권 의식이 빈약했거나 법에 무지해서 그런 건 더더욱 아니다.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재선거 선언을 촉구하며, 6·3 지방선거에서의 부정선거 참사와 관련하여 이재명 대통령과 선관위 책...
대구경북 경제는 장기 침체 속에 반도체 산업의 호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지난해 45조4천억...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가변축을 장착한 대형 화물차와 특수차의 안전 점검을 연 1회 실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표하며, 이는 지난해 경부고속도...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