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흥망과 성쇠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사람'입니다. 특히 제조업에 있어 '사람이 자산이다'는 말은 모든 기업인들이 공감할 겁니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살면 주변에 사람이 생기고, 그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업적으로도 가야 할 길이 보이곤 했습니다. 논어 술이편에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란 말이 있습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어디라도 자신이 본받을 만한 것은 있다는 말이죠. 이 말은 사업을 떠나 스스로 늘 새기고 다짐하는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자동화 설비·진동모터 등 제조 전문 강소기업 ㈜영진하이텍의 김영호(58) 대표이사(구미중소기업협의회장)는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그는 공장 자동화 장비 제작 및 소프트웨어 전자부품 제조에서 40여년간 외길을 걸으며 기술력을 쌓아온 1세대 전문 기술인이다.
평소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신뢰의 경영철학을 내세웠고, 이를 기반으로 1인 기업으로 시작한 그는 창업 25년 만에 회사 매출을 2천배 이상 규모로 키웠다. 그의 성공 비결은 겸손함과 집념이다. 구미 4산단 내 영진하이텍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유년기·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영양고추 중에서도 원조로 손꼽히는 수비고추로 유명한 영양군 수비면에서 4대 종손으로 태어나 자랐다. 서너 살 때 할아버지로부터 천자문을 뗐을 정도로 나름 신동 소리를 들었다. 옛날 농촌 생활이 어느 누구나 그렇듯 소꼴을 베고 지게를 지며 밭일을 많이 했다. 이 시절 어려서부터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던 것 같다. 수비초·중학교를 거쳐 구미전자공고로 진학했다. 당시 구미전자공고는 국립으로 기숙사가 있었고, 학비가 들지 않았다. 전교에서 상위 10% 내에 들어야 원서를 써주는 학교이기도 했다. 구미전자공고 통신설비과는 적성에 너무도 잘 맞았다. 그러다 보니 고교시절 전공 관련 자격증 5개를 땄다.
-회사 설립 배경은?
▶1983년 구미전자공고 3학년 때 실습생으로 입사한 삼성전자에서 12년간 근속하며 제조 설비 및 장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적성에도 잘 맞았고, 최고 기술인이 되겠다는 집념으로 혼자서 공부하고 경험하며 기술력을 쌓았다. 어린 시절 돈을 많이 벌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퇴사를 결심하고 여러 가지 일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았다. 2년간 산전수전을 겪었지만 결국 몇 억원의 빚만 떠안았다. 나중엔 출근할 곳도 없어 가족들에게 마음의 빚까지 지며 가장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중 '내가 쉬운 길을 가기 위해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하려다 망했구나.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던 일로 다시 한번 시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날 바로 친구들로부터 3천만원을 빌려 구미 공구상가 8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노트북 하나 가져다 놓고 기계화 장비 소프트웨어 제작을 하며 1인 기업을 시작했다. 1997년 4월 영진하이텍은 그렇게 설립됐다.
-기회는 어떻게 왔나?
▶1인 기업이지만 회사 설립 후 밤을 지새우며 진짜 열심히 일했다. 획기적인 자동화 장비를 잇따라 개발했다. S사 등의 인정을 받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자동화장비 관련 일은 원청업체의 설비투자에 따라 매출 등락의 폭이 커 경영 안정화를 위해 브랜드 구축에 노력했다. 그 결과 2013년 세계 최소형 진동모터 개발에 성공하며 전자부품 사업으로 확대했다. 회사는 휴대폰 시장의 성장에 맞물려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창업 첫해 4천만원의 매출로 시작한 회사는 올해 연매출 800억원을 예상한다. 진동모터는 모바일 및 스마트 기기에서 진동 기능을 담당하는 부품으로 일본 등지에서 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국산화 개발 성공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진하이텍은 자체 기술연구소를 두고 매출액 5% 이상을 연구비로 투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진동모터 개발 등 공로로 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2014년 11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자신만의 경영철학이 있다면?
▶성공 비결을 굳이 말하라면 집념과 겸손함이다. 엔지니어의 길은 1년이 힘들면 10년이 편하고, 10년이 힘들면 평생이 편한 길이다. 힘들고 어려운 여건을 견뎌내면 분명 좋은 날이 온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작은 것들이 쌓이면 결국엔 큰 목표가 달성된다. 또 기업은 대표 혼자 잘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다. 영진하이텍 역시 마찬가지다. 나 혼자 잘해서 성장가도를 달려온 것이 아니다. 병아리가 나오려면 줄탁동시(啐啄同時·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선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 해야 하는 것처럼 기업이 알을 깨고 성장하기 위해선 대표가 이끌고 직원들이 밀어줘야 된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회사,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업인이었음 한다.
-구미지역을 위한 활동은?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지역 고교 및 대학에 장학금 등을 전하고, 기술 협약 등으로 각종 연구개발을 함께 한다. 또 소외계층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도 한다. 만학도의 꿈을 키우며 지역대학인 경운대에 진학해 IT에너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 3월 구미중소기업협의회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현재 경북도 기능경기위원회 기술부위원장, 구미상의 상공의원, 3D프린팅산업협회 부회장, 구미 마이스터 멘토단 부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자랑스러운 구미사람 대상'을 수상했다.
-구미중소기업협의회가 6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간략히 소개하면?
▶구미중소기업협의회는 2002년 지방 최초로 중소기업청 허가에 의해 설립된 지역 중소기업인을 위한 단체다.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과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등 중소기업의 대변자 역할을 한다. 회원사 740여 곳을 두고, 경영·기술·자금·마케팅 등 중소기업 지원사업과 정보 교류 활성화 등 회원사 발전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한다. 하지만 단체 운영을 위한 각종 지원이 거의 없어 회원들의 회비 만으로 협의회를 운영하기가 너무 벅차다. 관심이 절대 필요하다. 또 6일은 창립 20주년 기념일이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구미 호텔금오산에서 창립 기념식 및 중소기업 혁신성장 전략 포럼을 연다. 주영섭 한국ICT융합네트워크 회장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생존과 발전을 위한 기업 혁신 전략',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의 '도전, 열정, 그리고 성과공유제' 주제의 기조 강연이 각각 있다. 많은 관심을 당부한다.
-환율·원자재가·금리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이 어렵다. CEO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소기업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인력난 등 4중고에 원자재가 상승까지 겹쳐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했다. 중소기업 CEO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납품단가 연동제 조속한 법제화, 대·중소기업 노동시장 격차 해소, 원자재 구매금융·보증 지원 강화, 중소기업 우대금리 적용 확대,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대상 확대 등을 적극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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