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과열을 막기 위해 시행한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가 단기 매매를 진정시키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대금이 시행 전의 10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며 과열 양상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 상향 시행 이후에도 레버리지 배율 축소와 투자한도 신설, 긴급조치권 도입 등 추가 규제를 잇달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순 거래량 감소만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를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대금 90% 급감…"과열은 일단 진정"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기본예탁금 상향 직전인 지난달 30일 12조4485억 원에서 시행 첫날인 31일 3조1517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8월 3일에는 1조3871억 원, 4일에도 1조3000억 원 수준에 머물며 시행 전과 비교해 90% 가까이 줄었다.
거래량 감소 역시 뚜렷했다. 대표 상품인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비롯한 주요 상품들의 거래량은 절반 아래 감소했고,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
시장에서는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 원에서 현금 3000만 원으로 상향하면서 단기 투기성 매매가 줄어든 것으로 평가한다.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은 더 이상 예탁금으로 인정되지 않고, 매도 대금도 체결 당일이 아닌 결제일(T+2)부터 예탁금으로 잡히면서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장 마감 직전 유동성공급자(LP)의 리밸런싱 규모 역시 감소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물시장에 미치는 수급 충격도 일부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거래 위축이 곧 시장 안정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31일 기본예탁금 상향 직후 국내 증시는 사상 최대 수준의 변동성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18% 가까이 급등한 데 이어 이달 3일 다시 5% 이상 급락하는 등 역사적인 급등락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포함한 195개 ETF에서는 기준 괴리율 초과가 발생했다.
괴리율은 ETF 시장가격과 실제 순자산가치(NAV) 간 차이를 의미한다. 괴리율 확대는 투자자가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ETF를 매수하거나 낮은 가격에 매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기본예탁금 상향 이후에도 ETF 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괴리가 발생하면서 시장 안정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거래량 감소와 변동성 완화는 별개의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예탁금 상향은 신규 투자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효과는 있지만 상품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제도는 아니다"라며 "거래량이 줄었다고 해서 변동성이 자동으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탁금 문턱을 높였다 해도, 일단 진입한 자금이 상승장에서는 상승폭을, 하락장에서는 낙폭을 증폭시키는 리밸런싱 메커니즘 자체는 손대지 못한 셈"이라며 "시장 충격을 키우는 것은 신규 투자자보다 기존 대규모 투자자의 레버리지 포지션인 만큼 기본예탁금 인상만으로는 시장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대책은 신규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 투자자는 별도의 제한 없이 보유 물량을 매도할 수 있고, 추가 투자 역시 현금만 확보하면 가능하다. 이미 형성된 레버리지 포지션을 줄이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거래 감소 역시 정책의 효과로만 해석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근 증시 급락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강제 청산이 잇따르면서 자연스럽게 거래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 투자은행들은 최근 국내 증시 조정 과정에서 36만 건 이상의 마진계좌가 강제 청산된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배율 축소·20% 투자한도·긴급조치권…무게중심은 '구조'로
금융당국 역시 기본예탁금 상향만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시장 급변 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배율을 별도 절차 없이 한시적으로 낮출 수 있는 '증시 긴급조치권'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2배로 설정된 배율을 1.5배나 1배 수준으로 하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배율을 변경하려면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해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홍콩 등 해외 주요 시장도 투자자 진입장벽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하는 방식의 관리 체계를 운영하거나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역시 상품 구조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율을 낮출 경우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라며 "수익자총회나 투자자 부분을 어떻게 고려할 거냐는 법안 과정에서 살펴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국은 이와 함께 계좌 자산의 20% 이내로 개인별 투자 비중을 제한하는 방안, 모의거래 의무화, 최소 매매 수량을 1좌에서 20좌로 확대하는 방안까지 함께 검토 중이다. 유동성공급자(LP)의 종가 괴리율 관리 기준도 3%에서 2%로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후속 대책이 잇따르는 것 자체가 기본예탁금 상향만으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량 감소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지만 금융당국의 최종 목표는 거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 변동성을 낮추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추가 규제를 검토하는 것은 거래량 감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새롭게 검토하는 대책들은 기본예탁금과 성격이 다르다.
기본예탁금 상향은 신규 투자자의 진입 문턱을 높이는 조치다. 반면 투자한도 제한은 대규모 자금의 레버리지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고, 긴급조치권은 상품의 레버리지 배율 자체를 조정하는 방안이다. 규제 대상이 '누가 투자할 수 있는지'에서 '얼마나 위험한 투자를 할 수 있는지'로 확대되는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기본예탁금 상향과 별도로 레버리지 배율 조정까지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구조적 요인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규제가 잇따라 추가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난 5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기본예탁금 상향에 이어 투자한도, 긴급조치권까지 규제가 계속 추가되면서 제도 설계가 사후 보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긴급조치권이 도입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정부가 투자 도중 레버리지 배율을 변경할 수 있게 되는 만큼 투자자의 손익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법상 수익자총회 의결이 필요한 사항을 정부가 예외적으로 변경하는 만큼 투자자 권익 침해와 시장 예측 가능성 저하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본예탁금 상향으로 거래는 줄었지만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라며 "추가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일관된 제도 설계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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