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가상화폐가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가상화폐 환치기 수법으로 1조 원에 가까운 외환을 불법으로 해외 송금한 일당이 무더기 기소됐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6일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9천348억원의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8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국내 시중은행에서 무려 10조 원에 이르는 이상(異常) 외환거래를 파악하면서 시작된 검찰 수사의 첫 번째 결과물로 향후 다른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불법 외화송금 통한 가상화폐 환치기
이번에 대구지검이 적발한 환치기 조직은 각각 일본·중국의 공범들과 연계한 별개의 일당이었지만 범행 방식은 거의 비슷했다.
이들은 특정 가상화폐가 국내 거래소에서 외국 거래소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현상을 악용했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다. 공범들이 외국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서 차명 지갑으로 옮겨주면 이들이 국내 거래소에서 판매하는 행동을 반복,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이후 이들은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팔아 얻은 현금을 차명계좌로 세탁했고, 미리 만들어 둔 다수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활용해 해외로 다시 송금했다. 특히 금이나 반도체, 전자부품 등을 수입하고 대금을 지불한 것처럼 허위 인보이스(송장)를 증빙 자료로 은행에 제출해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일본 연계 조직은 304차례에 걸쳐 4천957억여원 상당의 외화를 해외로 불법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조직과 연계된 국내 페이퍼컴퍼니 대표 A(39) 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불과 1년 만에 27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고급 수입차와 명품을 구입하고, 고가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의 수익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를 내렸다.

검찰은 또 공범으로 의심되는 일본 회사 관계자인 한국인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 수배하는 등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지난 2019년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된 유사수신·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일본으로 도주해 지명수배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연계 조직의 경우 281차례에 걸쳐 4천391억여원 상당의 외화를 해외로 불법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중국계 한국인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범행 방식은 좀 더 치밀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해외 도피가 쉬운 중국 국적자들을 대표로 내세워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했고, 특히 수익금은 모두 현금으로 거래해 추적이 어렵게 했다.
검찰은 이들이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236억여원의 범죄수익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중국으로 도주한 중국인 5명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현직 은행원도 '적극 가담'
이번 사건은 금융당국이 국내 시중은행에서 파악한 10조원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긴장감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2일 국내 12개 시중은행에서 이뤄진 이상 외화 송금 거래의 전체 규모가 72억2천만 달러(10조1천686억원), 혐의 업체는 82개 사에 달한다는 중간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는 현직 은행 직원이 알려진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이들 조직의 범행에 모두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우리은행 전 지점장 B(52) 씨에 대해 "은행의 자동 의심거래 경고를 본점 보고 대상에서 제외한 뒤 조직에 이를 피할 방법을 알려줬고, 계좌 추적 영장 집행 사실도 유출하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B씨는 2천400만원의 현금과 상품권 100만원을 받았으며, 해당 지점도 외화 거래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모두 21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해외로 유출된 자금의 사용처 등에 대해서도 추적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시중은행 은행원이 1년여 간 수천억원의 외화를 불법 송금하고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당 은행의 주의·감독 여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최지석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외환관리시스템의 부실과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한 중대한 범죄"라며 "지금까지 추징보전한 12억원 가량의 범죄 수익에 대해서도 추가 환수를 위해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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