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지역 노후 저수지 3200곳, 언제 터질지 모른다"

"경북 저수지 과반, 해방 전 지어져…이상기후에 붕괴·범람 우려, 예산투입 시급"
전국 농업용 저수지 1/3인 5천388개 경북에 집중…3천200여 개는 해방 전 준공
박대조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 "주민·재산 보호하려면 정부와 경북도 예산 투입 시급"

태풍
태풍 '힌남노'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경북 경주시 강동면 왕신저수지에서 중장비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 당시 경북 경주시와 포항시내 농업용 저수지가 여럿 붕괴·유실된 가운데 도내 저수지 절반 이상이 해방 이전 지어져 노후하고 수위관리 능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와 인명·재산피해에 대비해 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초 태풍 '힌남노'가 경주·포항에서 이틀 간 250㎜, 시간 당 90㎜의 폭우를 쏟은 결과로 경주 왕신저수지의 제방 외벽이 붕괴됐다. 경주 송선저수지·권이저수지, 포항 갈평저수지도 제방이 붕괴되거나 유실됐다.

이번 태풍에 제방이 무너지거나 유실된 저수지 대부분은 준공 반세기가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 송선저수지가 1943년 지어져 79년이 지났고 ▷권이저수지 1964년(58년) ▷갈평저수지 1971년(51년) ▷왕신저수지 1975년(47년) 등으로 상당수가 준공 50년을 넘겼다.

이 같은 상황은 경주·포항에만 그치지 않는다. 경북도에 따르면 전국 농업용 저수지(1만7천여 개)의 3분의 1인 5천388개가 경북에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3천200여 개(61%)는 해방 이전 준공된 노후 저수지로 전해진다. 이들은 물 높이를 관리해 줄 제대로 된 치수시설이 없고, 둑이 흙으로만 돼 있어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취약하다. 저수율이 높거나 대량의 비가 내린 가운데 둑이 유실·붕괴된다면 주변 마을까지 침수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경주시 강동면 왕신저수지를 방문,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경주시 강동면 왕신저수지를 방문,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수지 관리 주체인 농어촌공사와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저수지 보수·보강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규모가 큰 600여 개 저수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한다. 총 저수량 10만 톤(t) 미만인 소규모 저수지 대부분은 지자체가 맡고 있다.

경북도와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는 우선 지난달 8일 힌남노가 지나간 직후 포항·경주의 피해를 입었거나 붕괴 우려가 있는 농업용 저수지 154곳에 대해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응급복구 및 정밀안전점검이 필요한지 여부를 살피기로 했다.

지난 6일 경북도는 "내년분 국비·지방비로 확보한 자연재해예방사업 예산 2천400억원 가운데 113억원을 들여 재해위험저수지 17곳을 정비할 계획"이라 밝히기도 했다.

농촌 지역민들은 이 같은 보수·보강에 더욱 속도를 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성능개선이 필요한 노후 저수지는 차고 넘치는데 농어촌공사와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노후 저수지를 더디 보강해 위기감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중앙연합회는 ▷세분화한 기준을 통해 노후화 정도를 파악 ▷정밀안전진단 점검 기준 상향 ▷저수지 안팎의 불필요한 토사 정리 ▷증가하는 위험요소를 고려한 저수지 설계와 제방 보강 등 예방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박대조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회장은 "지속하는 이상기후에서 주민과 재산을 보호하려면 정부와 경북도의 예산 투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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