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엔 근대기 수많은 예술가의 흔적이 살아 숨쉰다. 특히 향촌동은 전국에서 모여든 예술가들의 요람 역할을 했다. 1951년 향촌동 골목에 문을 연 클래식 감상실 '르네상스'는 당시 외신기자들이 "전쟁의 폐허에서 바흐의 음악이 흐른다"고 경탄했던 공간이다. 골목 끝 백록다방에서 화가 이중섭은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 인근 꽃자리다방과 대지바는 시인 구상을 비롯한 지역 예술인들의 교류 공간이었다.
'문화예술계 아키비스트'로 불리는 백기만이 1957년 결성한 경북문학협회가 가진 장소성의 의미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민족자본으로 문을 연 무영당백화점은 창업주 이근무와 작곡가 박태준, 아동문학가 윤복진, 화가 이인성 등이 예술 장르를 넘어 교류한 스토리가 남겨진 곳으로 근대와 한국전쟁기를 잇는 공간이다.
이들 공간을 둘러보며, 대구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한 근대기 예술가를 모티브로 창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답사 프로그램 '대구예술 공간여행-환상도시 유람단'이다.
대구시와 북성로 청년기획자 그룹 '훌라'가 협업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근대기 청년예술가들이 교류하며 예술을 꽃피웠던 공간과 이야기를, 오늘날 청년예술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현재화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대구시가 202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 아카이브' 사업이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계속 연구되고 활용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청년예술가들은 융·복합 예술로 채운 공간과 북성로 거리 일대를 '환상도시'로 설정하고, 현대에 깨어난 근대 문화공간과 예술인의 스토리를 풀어낸다. 이들 공간과 관련 있는 작품인 동요 '기러기'(윤복진 작사, 박태준 작곡), 시인 구상의 '초토의 시'와 이육사의 '광야'를 청년 예술가들이 각각 판소리‧성악‧재즈로 재창작하고, 이 공간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창작한 무용‧현대음악 등을 선보이는 식이다.
뫼아리프로젝트(작곡‧음악), 국악밴드 나릿, 그룹 아나키스트(무용), 박시연트리오(재즈), 서민기프로젝트(국악‧융복합), 울림솔리스텐(성악), 북성로 예술로팀, 사운드 미디어 아트작가 이숙현, 회화작가 김상덕, 사진작가 문찬미, 연출감독 김효선, 영상감독 이영민, 미술감독 강경민 등이 참여한다.
사전 신청한 시민은 유람단 일원이 돼 각 공간을 답사하며 특색 있는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오후 5시부터 2시간동안 꽃자리다방~대지바~경북문학협회~무영당~창의공간 온으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출발 준비 공간인 꽃자리다방 1층에선 사전 촬영한 공연영상 5편과 체험 코너를 즐길 수 있다. 2층에선 근대 문화공간과 관련한 아카이브 전시와 시각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전 신청은 온라인(event-us.kr/hoola2022/event/48919)이나 전화(053-710-0427)를 통해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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