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대구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 안을 만드는 용역을 내년 1월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4호선(순환선) 노선에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시는 기존 3차 순환도로를 따라가는 형태의 노선안을 사실상 철회하고 K-2후적지 및 서대구역 등을 포함할 수 있는 노선을 그리겠다는 복안으로,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성 확보 방안을 고심 중이다.
◆돌고 돌아 AGT
1990년대부터 계획됐던 대구도시철도 4호선은 여러 대안 노선 중에서도 동구청역~복현오거리~침산교~만평역~평리네거리~두류역~안지랑역~황금역-만촌역-동구청역 등 25.8㎞ 길이로 주요 부도심을 순환하는 형태로 계획됐다.
다만 건설방식을 놓고는 AGT(경전철)→트램→모노레일→AGT로 건설방식을 놓고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왔다. 핵심 원인은 경제성이었다. 최초에는 AGT가 후보에 올랐으나 2016년 경제성 평가 당시의 사업비는 1조5천97억원, 운영비는 연간 763억원, 수요는 하루 12만1천55명으로 비용대비편익(B/C)이 0.76에 불과했다.
보통 대구시 자체조사보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하는 실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이 보다 박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예타 통과가 쉽지 않은 수치였다. 결국 대구시도 4호선에 트램을 도입해 비용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 이후에 트램이 도로교통 혼잡을 일으켜 편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3호선에 적용한 모노레일 방식 전환이 고려됐으나, 차량 제작사와의 협의 문제로 사실상 AGT만이 대안으로 남은 상태다. 지역 교통전문가들 역시 대부분 안정성, 사업비 증가 문제 등을 들어 트램 폐기 방침에 공감하는 등 다시 트램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비용얼마나? 경제성 맞출 수 있나?
다만 1㎞당 최저 200억원의 건설비가 들어가는 트램 방식으로도 예타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던 상황에서 1㎞당 800억원 정도가 드는 AGT 방식을 도입하면 4호선 착공이 기약없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 큰 변수는 대구시가 사실상 4호선 운행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민선 8기 대구시장 인수위는 '더 큰 순환선 구축계획'을 시정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며 기존 계획된 노선을 36㎞로 늘려잡았다. 이 경우 연장된 구간만큼 사업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대구의 도시 공간적 특성과 순환선이라는 4호선의 성격 역시 경제성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는 도시구조적으로 아직까지 중앙집중성이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순환선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동성로와 반월당 일대의 시내 중심상업지역을 비켜가는 3호선 이용객이 1,2호선에 비해 적은 것에 비춰보더라도 3차 순환도로 일대를 기본에 두고 설정하는 순환선 이용 수요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1호선과 2호선의 역당 일평균 이용객은 각각 9천79명, 8천856명이었으나 3호선은 3천973명에 그쳤다. 노선별 일평균 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은 역도 1호선 동대구역(2만5천98명), 2호선 반월당역(3만3천873명)과 3호선 서문시장역(1만462명)의 격차가 매우 컸다. 4호선이 비용을 낮추지 않고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수성 대구경북연구원 공공투자평가센터 연구위원은 "대구는 아직까지 단핵도시의 성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서대구역세권, 수성알파시티, 신서혁신도시 등 도시공간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관련 용역 과정에서 여러 변수들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건, 묘수는?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서 경제성분석 및 재무성 분석은 사업 완공 후 40년까지로 잡고 수행하고, 신도시 형성 및 재건축·재개발 등 미래 도시구조 변화가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경제성 분석 시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에 따른 6.9㎢ 규모의 K-2 후적지 '대구 스카이 시티'는 물론 서대구역,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계획 등이 경제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서대구 KTX역은 이미 개통이 됐고 역세권 개발계획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산업선, 대구경북선 통합신공항 연결철도, 달빛고속철도 등이 계획 중이거나 건설중이고, 대구시청 신청사와 K-2 후적지 개발 모두 이번 도시철도 계획의 시간적 범위인 2035년까지는 개발이 완료될 부분이라 수요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교통 전문가들은 4호선 설계 과정에서 대구교통공사 설립 등 대구시의 대중교통 연계 강화 및 최적화 움직임에 맞춰 묘수를 찾을 것을 주문했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AGT 방식으로 사실상 정해진 상태에서 경제성 확보가 문제인데, K-2후적지 등 개발에 따른 수요는 단기적으로 반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어느시점까지를 바라보고 계획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까지 염두에 두고 노선을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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