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산업의 쌀' 아연을 생산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쌓아온 ㈜영풍 석포제련소가 친환경 미래산업인 2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에 도전장을 던져 주목된다.
이 사업은 폐배터리에서 각종 금속과 화학물질을 분리, 재활용하는 것으로 폐배터리의 쓰레기화를 차단해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K-순환경제'와 배터리 소재 자급에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등 핵심소재 회수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1일 2차전지 리사이클링 파일럿 공장을 준공,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날 사전 점화된 건식용융로에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리사이클링 원료인 'LiB(리튬 배터리) 플레이크'가 첫 투입됐다.
석포제련소 건식용융 2차전지 리사이클링 파일럿 공장은 공정 첫 단계에서 리튬은 집진설비를 이용, Dust(먼지) 형태로 회수하고 니켈과 코발트 등 주요 유가금속은 용탕 형태로 회수하게 된다.

이들 중간재는 내년 건립될 습식공정이 완료되면 습식공정을 통해 순도 90% 이상의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유가금속으로 분리된다.
이후 리튬 성분은 배터리 소재인 탄산리튬 또는 수산화리튬으로 제품화해 판매되고 니켈과 코발트, 구리 성분은 배터리 소재인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황산구리 등으로 제품화해 판매된다.
이날 투입된 원료인 LiB 플레이크는 영풍이 최근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 확보를 위해 경북 김천에 마련한 생산 거점에서 공수됐다.
파일럿 공장은 앞으로 연간 2천t(전기차 8천대 분) 사용 후 배터리를 가공한 LiB 플레이크를 리사이클링 설비에 투입해 리튬과 니켈, 코발트, 구리 등 주요 유가금속을 회수한다.
영풍은 내년 상반기 중 공정에 필요한 습식 설비를 추가로 확충해 황산니켈과 황산코발트, 구리, 리튬 등 배터리 소재를 제품화해 국내외 배터리 원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전처리 과정 줄이고 회수율 높여
이 회사가 운용하는 건식용융 방식은 일부 해외 기업이 운영하는 건식 방식이나 습식 기술에서 회수가 어려웠던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을 공정 첫 단계에서부터 집진설비를 이용, 90% 이상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같은 리튬 회수 기술을 공정에 적용한 기업은 영풍이 세계 최초다.
전처리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인 영풍의 건식용융 리사이클링 기술(LiB FE&R)은 금속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 제조원가 절약을 통해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현재 국내외 많은 리사이클링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습식 방식은 전처리 공정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셀 단위까지 분리한 다음 잘게 분쇄해 리사이클링의 원료인 블랙파우더 또는 블랙매스를 제조한다. 이 때 불순물로 간주되는 배터리 케이스와 양·음극재의 집전체(Foil)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리튬과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의 유가금속이 손실돼 주요 금속의 회수율이 낮다.
반면, 영풍의 건식용융 방식은 배터리를 팩 또는 모듈 단위에서 그대로 파쇄해 리사이클링 원료인 LiB 플레이크를 만들기 때문에 전처리 공정이 단순하다. 또 배터리 케이스와 집전체 등을 원·부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주요 금속의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세계 유일 리튬 90% 이상 회수 건식 기술
영풍의 건식용융 기술은 LiB 플레이크를 고온의 용융로에 넣어 녹인 다음 비중이 가벼운 리튬은 공정의 첫 단계에서 집진설비를 이용해 먼지(Dust) 형태로 포집하고, 나머지 니켈과 코발트, 구리 등의 유가금속은 용탕 형태로 뽑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리튬은 90% 이상, 니켈과 코발트, 구리 등은 95% 이상 회수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회사가 장착 비율을 높이고 있는 LFP(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재활용에도 사용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 기존 습식 방식은 LFP 배터리에서 철 등 불순물 비중이 높고 매립 잔사가 많이 발생하는 등 기술적 한계가 있어 리튬만 회수가 가능했다.
그러나 영풍은 리튬뿐만 아니라 구리도 함께 회수할 수 있는데다 철 등 불순물을 슬래그로 만들어 시멘트사에 원료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분야 최강자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풍은 이번 파일럿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연간 2만t(전기차 8만대 분) 규모의 사용 후 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1차 상용화 시범공장을 완공한 후 지속적인 확장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리튬 및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소재 원료를 연간 70만t을 생산, 5조원 규모의 매출을 확보할 계획이다.
박영민 대표이사는 "50여 년간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역 제조기업의 대표 주자로 사명감을 갖고, 비철금속 제련업을 지켜왔다"며 "앞으로 2차전지 리사이클링 분야에서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스]영풍 석포제련소는?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문을 연 ㈜영풍 석포제련소는 '산업의 쌀'인 아연을 제련하는 기업으로, 우리나라 비철금속 산업의 근간이 된 회사다. 이 회사가 석포면에 자리잡은 것은 인근에 아연 광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연 제련업은 자동차와 가전, 건설, 조선 산업 등의 중간재인 '철강'의 후방 제조업으로 국가 경제의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기간소재 산업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50여 년간 국내 굴지의 철강기업에 아연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대한민국의 철강 강국 도약을 이끌었다.
이 회사는 단일 사업장 기준으로 세계 4위의 아연 제련소이며, 순도 99.995%의 고품질 아연괴를 연간 40만t가량 생산한다.
1988년 런던 금속시장(London Metal Exchange)에 등록된 석포제련소의 아연은 세계 시장에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중국 등 국가에서 꾸준히 주문 물량이 증가해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액 1조3천344억원, 수출액 6천650억원을 달성했다.
상시 고용인원은 1천300여 명(협력업체 포함). 석포면 인구의 약 60%를 차지한다. 젊은 근로자가 많아 석포면 주민 평균 연령은 47세로 다른 면소재지보다 10년 정도 낮다. 석포초등학교 학생 수도 112명으로 봉화군에서 두 번째로 많다.
연간 협력업체 지급액은 약 536억원(2018년 기준), 지방세 납부액은 약 20억원으로 봉화군과 경북 북부권 지역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매년 성금 및 물품 기부, 음악회 등 문화행사 개최, 마을 공동 목욕탕 운영 등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실시해 지역상생 실천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친환경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선진적인 환경관리 체계 구축 등 대규모 환경투자 계획도 추진중이다.
영풍은 지난해와 올해 464억원을 투입, 세계 제련소 최초로 공정 폐수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 운영중이다. 또 올해 338억원을 투입, 지하수 차집시설을 완공했다.
아울러 영풍은 공장의 특성을 고려한 각 이슈별 근본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비 7천억원을 투입, 대규모 종합 환경투자 계획도 수립해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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