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분장 일인자 김언영 대표 "70, 80이 돼서도 현역이고 싶어요"

김 '에리카 메이크업스튜디오' 대표 "오페라 분장 맡은 날의 감동을 잊지 못해요"
올해 맡은 공연·행사 100여건…배우들과 이야기 캐릭터 분석
'더 자연스럽게 표현' 항상 고민…입문 27년 '믿고 맡기는 분장사'

대구지역 공연계에서
대구지역 공연계에서 '분장의 1인자'로 손꼽히는 김언영 에리카 메이크업스튜디오 대표를 자신의 메이크업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이화섭 기자.

한 스무 살 아가씨가 우연히 연극을 보러 갔다가 자신의 미래를 정했다. 한창 메이크업을 배우고 있던 이 아가씨는 연극을 보고 '배우는 못 되더라도 배우들을 꾸미는 분장사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꿈은 크게 가지라 했기에 가장 큰 무대라고 생각했던 '오페라'의 분장사를 꿈꾸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갔다. 그렇게 열심히 일 한 지 약 15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어느새 오페라 배우들의 얼굴을 매만지는 분장사가 돼 있었다. 바로 김언영 에리카 메이크업스튜디오 대표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구지역 공연 분장의 일인자다. 대구시립극단 공연이나 대구오페라하우스 등에서 열리는 지역 오페라단의 공연 등에서 김 대표는 분장 담당으로 참여한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행사에서도 분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김 대표가 출동한다. 올해만 해도 김 대표가 분장을 맡은 크고 작은 공연과 행사가 100여 건을 훌쩍 넘겼다.

김 대표가 대구경북지역의 다양한 공연과 행사 무대 뒤편에서 브러시와 퍼프를 들고 있게 된 데에는 스무 살 때 우연히 아는 선배를 따라가서 본 연극이 가져다 준 감동 때문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연극이었는데 일어나지 못했을 정도였어요. 그 때도 메이크업과 분장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던 차였는데, 그래서 '나는 분장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때 '내가 분장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무대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했는데 가장 크다고 생각했던 게 오페라 무대였어요. 그래서 꼭 오페라 무대의 분장을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뮤지컬
뮤지컬 '돈 조반니'의 분장을 진행하고 있는 김언영 대표. 에리카 메이크업스튜디오 제공.

27년 동안 분장사로 일한 김 대표는 어느새 지역의 '믿고 맡기는 분장사'가 됐다. 김 대표가 한 연극의 분장을 완성하는 과정을 들어보면 분장이 단순히 무대에서 예쁘게 보이기 위해 바르고 붙이는 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분장 업무를 맡게 되면 배우들이 연습하는 단계부터 살펴요. 그들이 연기할 때 보여주는 표정이나 동선을 보고 배우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분석하죠.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합니다. 그러다보면 저도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기도 해요. 찡그린 표정을 많이 짓는 역할을 분장할 때는 저 조차도 표정이 찡그려지더라고요."

이 덕분에 어떤 배우는 "김 대표의 분장을 받고 나면 연습할 때까지 고민되던 캐릭터의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잡히기도 한다"며 김 대표에게 고마워하기도 한다. 소문이 많이 나서인지 서울에서 대구에 공연을 하기 위해 내려오는 공연팀도 김 대표에게 분장을 맡기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지역극단이 타 지역에 공연을 하러 갈 때 김 대표에게 동행을 부탁하기도 한다.

"나의 직업 만족도는 99%"라고 하는 김 대표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후학 양성'과 '죽을 때까지 메이크업 브러시를 놓지 않는 것'이다. 올해 분장과 메이크업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센터를 열기도 한 김 대표는 "아직 시작은 미약하지만 이 교육센터가 대구지역 분장사들과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길러내는 성지가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메이크업 브러시를 놓지 않고 현역에서 일하는 겁니다. 예전에 본 영상에서 70, 80이 돼서도 브러시를 들고 메이크업을 해 주는 아티스트 분들을 보니 굉장히 부럽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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