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무 살 아가씨가 우연히 연극을 보러 갔다가 자신의 미래를 정했다. 한창 메이크업을 배우고 있던 이 아가씨는 연극을 보고 '배우는 못 되더라도 배우들을 꾸미는 분장사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꿈은 크게 가지라 했기에 가장 큰 무대라고 생각했던 '오페라'의 분장사를 꿈꾸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갔다. 그렇게 열심히 일 한 지 약 15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어느새 오페라 배우들의 얼굴을 매만지는 분장사가 돼 있었다. 바로 김언영 에리카 메이크업스튜디오 대표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구지역 공연 분장의 일인자다. 대구시립극단 공연이나 대구오페라하우스 등에서 열리는 지역 오페라단의 공연 등에서 김 대표는 분장 담당으로 참여한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행사에서도 분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김 대표가 출동한다. 올해만 해도 김 대표가 분장을 맡은 크고 작은 공연과 행사가 100여 건을 훌쩍 넘겼다.
김 대표가 대구경북지역의 다양한 공연과 행사 무대 뒤편에서 브러시와 퍼프를 들고 있게 된 데에는 스무 살 때 우연히 아는 선배를 따라가서 본 연극이 가져다 준 감동 때문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연극이었는데 일어나지 못했을 정도였어요. 그 때도 메이크업과 분장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던 차였는데, 그래서 '나는 분장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때 '내가 분장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무대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했는데 가장 크다고 생각했던 게 오페라 무대였어요. 그래서 꼭 오페라 무대의 분장을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27년 동안 분장사로 일한 김 대표는 어느새 지역의 '믿고 맡기는 분장사'가 됐다. 김 대표가 한 연극의 분장을 완성하는 과정을 들어보면 분장이 단순히 무대에서 예쁘게 보이기 위해 바르고 붙이는 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분장 업무를 맡게 되면 배우들이 연습하는 단계부터 살펴요. 그들이 연기할 때 보여주는 표정이나 동선을 보고 배우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분석하죠.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합니다. 그러다보면 저도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기도 해요. 찡그린 표정을 많이 짓는 역할을 분장할 때는 저 조차도 표정이 찡그려지더라고요."
이 덕분에 어떤 배우는 "김 대표의 분장을 받고 나면 연습할 때까지 고민되던 캐릭터의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잡히기도 한다"며 김 대표에게 고마워하기도 한다. 소문이 많이 나서인지 서울에서 대구에 공연을 하기 위해 내려오는 공연팀도 김 대표에게 분장을 맡기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지역극단이 타 지역에 공연을 하러 갈 때 김 대표에게 동행을 부탁하기도 한다.
"나의 직업 만족도는 99%"라고 하는 김 대표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후학 양성'과 '죽을 때까지 메이크업 브러시를 놓지 않는 것'이다. 올해 분장과 메이크업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센터를 열기도 한 김 대표는 "아직 시작은 미약하지만 이 교육센터가 대구지역 분장사들과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길러내는 성지가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메이크업 브러시를 놓지 않고 현역에서 일하는 겁니다. 예전에 본 영상에서 70, 80이 돼서도 브러시를 들고 메이크업을 해 주는 아티스트 분들을 보니 굉장히 부럽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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