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찾은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매천시장)은 불이 꺼진 지 반나절이 지났지만 건물 주변에서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새까맣게 탄 채소류들에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연기는 전날 발생한 화재 규모를 실감하게 했다.
화마가 덮친 매천시장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폐허와 다름없었다. 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쏟아지면서 관리당국의 책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날 큰불이 발생한 매천시장 A-1동 건물은 외벽과 지붕이 그을렸거나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다. 건물을 지탱한 철골들은 외장재가 벗겨진 채 불에 녹은 것처럼 휘어져 있었다.
내부는 더욱 처참했다. 경매가 이뤄지는 공간은 천장이 내려앉는 등 붕괴 직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진 점포들은 구겨진 모습으로 당초 어떤 제품을 취급했는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바닥에는 야채로 추정되는 채소류들이 잿더미로 변해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폴리스라인(경찰통제선)이 쳐지면서 망연자실한 상인들은 멀리서나마 점포들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버섯 장사를 하는 김기영(34) 씨는 "어제 퇴근하기 전에 '타다닥'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연이어 폭발음이 있었다"며 "밖으로 나와 보니 천장에 불이 붙었고 순식간에 불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진화 작업에 힘을 쏟았던 소방대원들은 이번 불이 끈질겼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날 100여대의 소방차량이 투입돼 사방으로 물을 뿌렸지만 건물 내부의 잔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현장에 투입됐던 한 소방대원은 "불이 꺼지지 않아 불길이 너무 강했고 매캐한 연기로 진입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A동은 지난 1988년 판매시설로 준공되면서 ▷스프링클러 ▷소화기 ▷옥내‧외 소화전 등 설비를 법적으로 갖췄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가 난 건물에 건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점을 확인했다"며 "평상시에는 배관 속에 압축공기를 저장해뒀다가 화재 발생시 공기를 방출한 다음 물이 분출되는 방식이다. 한랭지 등 급수관이 동결될 우려가 있는 곳에 적합한 설비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인들은 화재 진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과거부터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어 있다. 작동 여부는 국과수와 경찰이 감식을 진행 중인데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도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신중하게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감식과 함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상인들의 진술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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